글로벌 평균의 2배 — 60년간 높인 보호 장벽
원본 영상 0:00글로벌 철강 평균 가격은 톤당 466달러인데, 미국은 962달러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유럽은 635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 가격대는 레이건, 부시,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 유지해 온 철강 보호 정책의 결과로, 거의 60년간 이어져 왔다.
현대차·포스코가 8조 원을 베팅한 미국 제철소 투자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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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철강 평균 가격은 톤당 466달러인데, 미국은 962달러다.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서유럽은 635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이 가격대는 레이건, 부시, 오바마 등 역대 미국 대통령들이 모두 유지해 온 철강 보호 정책의 결과로, 거의 60년간 이어져 왔다.
철강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가격을 올렸지만, 이는 철강을 원료로 쓰는 자동차, 조선, 기계 산업 등 후방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철강 가격이 높으면 이를 원료로 삼는 산업들의 제조 원가가 올라가고, 결국 국제 경쟁력이 약해진다. 미국이 세계 2위 자동차 생산국이면서도 자동차용 강판을 절반 이상 수입에 의존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철강의 절반을 생산했다. 본토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탓에 산업 시설을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철강산업 위상은 현재 중국이 차지하는 지위와 같은 수준이었다.
미국이 사용하는 철강은 연간 약 8천만 톤인데, 이 중 2천만 톤을 수입하고 있다. 자동차용 강판만 1천만 톤이 필요한데, 미국은 세계에서 자동차를 두 번째로 많이 만드는 나라다. 그럼에도 자동차용 강판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는 고급 강판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철강산업이 어려워지면 기초 철강에서 칼라강판이나 스페셜티 같은 고급 제품으로 진화한다. 그런데 미국은 자동차산업이 강함에도 불구하고 이 진화를 하지 못했다. 고급 강판 생산 능력이 없어서 자동차용 강판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모순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호 정책으로 인해 경쟁 압박이 없어지자, 산업 자체가 진화할 동력을 잃어버린 것이다.
철강산업은 항상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보호받아 왔다. '철강이 없으면 기관산업이 흔들린다', '군용 제품을 생산할 수 없다', '국가 안보에 위기가 생긴다'는 식의 논리였다. 이 명분들이 거의 60년간 무역 장벽을 높이는 데 사용되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 변화는 이전의 보호 체계를 완전히 재구성한 것이다. 기존에는 철강 관세가 있으면서도 일부 물량에 대해 무관세 쿼터가 존재했다. 트럼프는 이 무관세 쿼터 물량을 전면 폐지하고, 수입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했다. 보호 정책을 더욱 강화한 것이다.
현대차와 포스코가 루이지애나에 투자하는 규모는 총 8조 원이다. 이 공장의 특징은 전기로 기반의 자동차용 강판을 일관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에서 처음 시도되는 방식이다. 전기로 방식은 고로(blast furnace) 방식보다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이다. 미국의 철강사들이 주로 운영하는 고로 방식과는 다른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미국 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베팅이다.
현대차·포스코 공장이 지금 사용하는 에너지는 천연가스지만, 미래에는 수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지금은 천연가스를 쓸 때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수소 가격이 내려오고 환원 기술이 발전하면 수소를 섞기 시작할 수 있다. 결국 완전히 수소로 전환되면 물(H₂O)만 배출되는 탄소중립 제철에 도달할 수 있다. 투자 당시부터 이러한 미래 기술로의 전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이다.
루이지애나가 선택된 이유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다. 텍사스와 인접해 천연가스를 저가에 공급받을 수 있다. 해운 수로가 있고, 미시시피 강을 통한 물류 연결도 우수하다. 근처에는 GM의 텍사스 공장, 폭스바겐의 테네시 공장, 현대차와 혼다의 알라바마 공장, 기아의 조지아 공장 등 미국 자동차 공장들이 분포하고 있다. 강판을 생산해서 곧바로 인근 자동차 공장들에 공급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다.
미국 철강사들은 독일과 중국의 제품 덤핑이나 불공정 거래 때문에 경쟁력을 잃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실제 원인은 다르다. 미니밀(mini mill)이라는 작은 규모의 전기로 업체들이 등장하면서 국내 경쟁이 심화된 것이다. 뉴코어 같은 미니밀 업체가 기존의 US 스틸 같은 대형 고로 업체들보다 비용 효율적이었고, 시장을 잠식했다. 미국의 대형 철강사들은 이 국내 경쟁에서 밀렸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의 탓을 하며, 무역 장벽으로 근근이 산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포스코 공장의 수익성은 여러 악재 속에서도 보장되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철강 가격이 하락하거나 전기료가 상승하는 상황에서도 최소 15% 정도의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전기로 기반의 효율적인 생산 구조와 루이지애나의 저가 천연가스 공급이라는 이점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미국 자동차회사들은 전반적으로 자동차용 강판의 절반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자동차용 강판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미국은 여전히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생산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수급 부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대차·포스코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용 강판은 이러한 미국 시장의 부족분을 채울 수 있고,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루이지애나의 공장 입지는 헬리허브(Haley Hub) 근처다. 헬리허브는 천연가스 공급의 중심지여서 저렴한 천연가스를 직접 공급받을 수 있다. 강과 바다를 끼고 있고, 철도 연결도 돼 있어 물류의 요충지 역할을 한다. 이러한 세 가지 조건 — 저가 에너지, 해운·내륙수로, 철도 — 이 모두 갖춰진 곳은 제철소 입지로는 거의 완벽한 조건이다.
국내에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을 경쟁사로 인식하지만, 해외 진출 시에는 과거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한 사례들이 있다. 전략적으로는 국내 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서는 협력하는 구도를 취해 온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한국 회사의 투자가 긍정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시설의 지분이 100% 한국 자본이라는 점에는 불편함을 느낀다. 미국 내에서 생산이 일어나지만, 수익과 의사결정이 모두 해외로 나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득과 자본 통제라는 우려 사이의 균형 문제를 드러낸다.
철강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기 어려운 이유는 수익률 때문이다. AI, 반도체, IT, 금융 같은 산업에 투자하면 높은 기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그에 비해 철강산업은 기대 수익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철강산업에서 물러나고, 현대차·포스코 같은 철강 생산 업체 자체가 직접 투자를 나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한국이 조선업에서 일본을 앞설 수 있었던 이유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크(dock)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화학산업에서도 마찬가지로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설비를 보유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다음 단계 경쟁력을 먼저 확보하는 전략이 한국 산업의 성공 패턴이었다. 현대차·포스코의 미국 제철소 투자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 처음 도입되는 전기로 기반의 자동차용 강판 일관 생산 시설은 미국 내에서 새로운 경쟁 기준을 만드는 대규모 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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