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전 아편 전쟁, 동아시아 질서를 무너뜨리다
Jump to 0:03200년 전 아편 전쟁에서 영국이 청나라에 승리하며 동아시아 천 년 질서가 통째로 무너졌습니다. 아편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청나라를 무릎 꿇렸습니다. 이 결과는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승리와 패배가 아니라 동아시아를 천 년간 지탱하던 질서가 통째로 무너진 것이기 때문이죠.
미국 무역망 약화 속 한국 경제의 취약성이 드러나며, 과거 조선의 현실 부정과 일본의 개방적 태도를 통해 미래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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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 아편 전쟁에서 영국이 청나라에 승리하며 동아시아 천 년 질서가 통째로 무너졌습니다. 아편 전쟁에서 승리한 영국은 청나라를 무릎 꿇렸습니다. 이 결과는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단순한 승리와 패배가 아니라 동아시아를 천 년간 지탱하던 질서가 통째로 무너진 것이기 때문이죠.
아편 전쟁 소식은 조선에도 전해졌으나, 조선의 사대부들은 변화한 세계관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오랑캐가 잠시 천자의 나라를 어지럽힌 것일 뿐이며 청나라는 곧 회복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 소식은 조선에도 전해졌습니다. 그런데 조선의 사대부들은 이걸 듣고도 세계관을 바꾸지 못했죠. 오랑캐가 잠깐 천자의 나라를 어지럽힌 것뿐이야, 청나라는 곧 회복되겠지. 이렇게 믿었습니다.
사대부들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이는 세계관 붕괴가 곧 개인의 존재 부정으로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평생 공부한 학문, 신분, 존재 이유까지 모두 무의미해지는 상황을 인정하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사실 사대부들은 안 받아들인 게 아닙니다.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거죠. 질서가 진짜로 무너졌다고 인정하는 순간 어떻게 될까요? 자기가 평생 공부한 학문이 무의미해집니다. 자신의 신분도 자기의 존재 이유도 마찬가지죠. 인생 자체가 무너지는 겁니다. 사람들은 보통 이럴 때 어떻게 하나요? 네. 현실을 부정하고 눈을 질끈 감아 버립니다.
같은 사건을 두고 일본은 조선과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일본은 이전부터 네덜란드인들과 교류하며 '난학'을 통해 외부 세계 정세를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아편 전쟁 소식을 듣고 천 년 질서가 끝났음을 비교적 담담하게 해석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여 변화에 대응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사건을 두고 일본은 매우 다르게 반응했습니다. 일본은 그전부터 네덜란드인들, 당시 화란인들이라고 불린 무역 상인들과 교류를 하고 있었습니다. 화란인들의 학문 '난학'이라는 게 있었죠.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었던 겁니다. 그래서 아편 전쟁 소식을 듣고 비교적 담담하게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아, 천 년 질서가 끝났구나.'
200년 후 현재 한국은 'K-반도체', '한미 동맹', 'K-콘텐츠' 등의 긍정적 메시지에 익숙하지만, 현실은 미국이 깔아준 안전한 무역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이라는 '잡주'가 폭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재료가 약화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국내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심각성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시계를 200년 후인 지금으로 감아보겠습니다. 2020년 한국입니다. 우리가 요즘 흔히 듣는 말들이 있죠. 'K-반도체 있으니까 괜찮아. 한미 동맹은 영원해. 지금은 K-콘텐츠, K-푸드, K-뷰티의 시대잖아.' 익숙하고도 기분 좋은 말입니다. 그러나 지난 두 편에서 우리가 본 현실은 어땠나요? 많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이라는 잡주가 폭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재료. 미국이 깔아준 안전한 무역망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국이 더 이상 세계 경찰 역할을 '안 한다'기보다는 '못 한다'는 현실에 직면했습니다.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막대한 비용과 인명을 소모했고, 2021년에는 결국 철수했습니다. 지난 20년간 미국은 생산 능력 증대 없이 해상 무역로 방어 비용만 늘려왔으며, 이는 '소를 키우지 않은 것'과 같아 체력 고갈로 인해 세계 경찰 역할을 지속하기 어려워졌습니다. 근데 더 정확한 진실은 안 한다가 아니라 못한다에 가깝습니다. 미국은 9.11 테러 이후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20년을 싸웠습니다. 적게는 6조 달러, 많게는 8조 달러로 추정되는 돈을 쏟아부었습니다. 수천 명의 미군이 죽었죠. 그리고 2021년에는 그냥 철수해 버렸습니다. 미국은 지난 20년간 생산 능력은 안 쌓으면서 그 바다를 지키는 비용만 계속 늘려온 겁니다. 다시 말해 미국도 소를 키우지 않은 것이죠. 따라서 세계 경찰을 그만두려는 건 변심이 아니라 체력 고갈로 봐야 맞습니다.
한국은 세계 무역 지도상 맨 끝단에 위치해 있어 지정학적으로 매우 취약합니다. 생존에 필수적인 석유와 상품들이 호르무즈 해협, 스리랑카, 말라카, 남중국해, 대만 해협 등 좁은 길목들을 모두 통과해야 합니다. 이 길은 직렬 회로처럼 연결되어 있어 어느 한 곳이라도 끊기면 전체 무역이 마비되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게 왜 하필 우리한테 치명적일까요? 한국은 세계 무역 지도상 맨 끝단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먹고 살려면 석유와 상품들이 좁은 길목들을 줄줄이 통과해야 합니다. 석유가 들어오려면 어디를 지나야 하나요? 지금 한참 문제가 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 스리랑카, 말라카, 남중국해, 대만 해협을 모두 지나야 합니다. 이 길은 직렬로 연결된 전기회로 같아서 어디 하나만 뚝 끊겨도 그대로 정전입니다.
현재 한국의 모습은 200년 전 청나라의 회복을 믿었던 조선 사대부들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습니다. 'K-시대가 영원할 것'이라고 믿는 오늘날의 우리는 과거의 사대부들과 마찬가지로 현실 변화를 외면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지금의 우리는 200년 전 조선의 사대부와 뭐가 다를까요? 청이 곧 회복할 거라 믿었던 그 사대부와 K 시대가 영원할 거라 믿는 오늘날의 우리. 제 눈에는 소름 끼치도록 닮은 꼴로 보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 시대, 배운 것, 속한 집단의 생각을 투영하는 '창문'을 통해 압축해서 봅니다. 좋은 창문은 현실 변화를 빠르게 반영하지만, 나쁜 창문은 현실을 왜곡하며, 가장 나쁜 창문은 현실이 변했음에도 변하지 않았다고 우기는 '인지 부조화'를 유발합니다. 이는 올바른 상황 인식을 위해 어떤 인지 프레임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함을 시사합니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합니다. 항상 어떤 창문을 통해서 봅니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고 너무 빨리 변하니까요. 그래서 자기 경험, 자기가 잘한 시대, 자기가 배운 것, 자기가 속한 집단의 생각인 창을 통해 압축해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창은 현실이 변하면 그걸 빠르게 비춰 줍니다. 나쁜 창은 그렇지 않죠. 그리고 제일 나쁜 창은 현실이 분명히 변했는데도 안 변했다고 우기는 창입니다. 그걸 우리는 인지 부조화라고 부르죠.
낡은 '창문', 즉 시대에 뒤떨어진 인지 프레임을 갈아끼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국가 전체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만, 우리 각자가 가진 창문은 지금 당장 바꿀 수 있습니다. 사회 전체의 각성을 이끌어낼 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 개인이 스스로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할 일은 단순합니다. 낡은 창을 갈아끼우는 것입니다. 나라 전체가 조선의 길로 갈지 일본의 길로 갈지 그건 솔직히 우리 같은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정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이건 사회 전체가 가는 방향이기 때문에 모두를 각성시킬 크나큰 비극이 발생하기 전에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 하나하나 개인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창문은 다르죠. 이건 지금 당장 여러분이 스스로 갈아끼울 수 있습니다. 나라의 허락 같은 게 필요한 게 아니죠. 즉 나라 전체의 창문을 갈아끼우는 것은 개인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만 여러분의 창문은 오늘 지금 바로 갈아끼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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