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옳고 그름이 아닌 '얼마짜리' 문제로 봐야
Jump to 0:36정치적 이슈를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은 투자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투자자는 특정 정치적 발언이나 정책이 기업의 이익 구조에 어떤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결국 자신의 계좌에 얼마만큼의 가치 변화를 가져올지 계산해야 한다. 정부의 산업 개입은 이념이나 성향이 아닌, 기업의 경제적 변수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물리 법칙에 가깝게 작용한다.
재무제표가 완벽해도 정부 정책 한방으로 기업의 흥망이 갈릴 수 있어, 투자자는 정치적 요인을 반드시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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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이슈를 옳고 그름의 이분법적인 시각으로 판단하는 것은 투자 관점에서 적절하지 않다. 투자자는 특정 정치적 발언이나 정책이 기업의 이익 구조에 어떤 물리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결국 자신의 계좌에 얼마만큼의 가치 변화를 가져올지 계산해야 한다. 정부의 산업 개입은 이념이나 성향이 아닌, 기업의 경제적 변수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물리 법칙에 가깝게 작용한다.
아무리 매출과 영업이익이 높고 시장 점유율 1위인 기업이라도 정부 정책 변화 한 번으로 주가가 90% 가까이 폭락할 수 있다. 반대로 3년간 누적 43조 원의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던 한국전력 같은 기업도 정책 방향이 바뀌자 1년 만에 13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된 사례가 있다. 이는 기업의 재무제표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운 정치적 리스크가 투자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중국 앤트그룹은 345억 달러(약 40조 원) 규모의 역대 최대 기업공개(IPO)를 상장 이틀 전에 돌연 중단했다. 이는 창업자 마윈이 중국 금융 규제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직후 발생했다. 거래소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모호한 이유를 들었지만, 사실상 정치적 결정에 의해 상장이 무기한 연기된 것이다.
2021년 7월 중국 정부는 초중등 사교육을 비영리화하는 '쌍감 정책'을 발표했다. 이 정책 발표 직후 사교육 기업들의 주가는 한 주 만에 70% 하락했고, 연간으로는 90% 이상 폭락했다. 심지어 매출이 전년 대비 80% 감소하는 등 시장 자체가 소멸하는 극단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 디디추싱은 중국 당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 증시 상장을 강행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국가 안보 및 개인정보 보호 위반 명목으로 1조 5천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상장 폐지를 명령했다. 이는 정부의 의지를 거스르는 기업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을 분석할 때는 단순히 이익률이나 시장 점유율뿐만 아니라, 해당 사업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주가는 궁극적으로 기업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지만, 그 이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정치적 결정에 의해 부여되거나 박탈될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의 사업 모델이 정부 정책과 법규에 어떻게 영향을 받을지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정치 리스크는 주가에 반영되는 네 가지 단계를 거친다. 첫 번째는 '말' 단계로, 관영 매체의 논평이나 고위 관계자의 발언 등이 이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소환 및 면담' 단계로, 기업 관계자가 정부 당국에 소환되어 면담하는 상황이다. 세 번째는 '문서화된 지침 및 법 개정' 단계로, 실제적인 정책 문서나 법률 개정이 이루어진다. 마지막 네 번째는 '산업 구조의 변화' 단계로, 특정 산업의 이익 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시점이다.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는 시장에서 혁신적인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2020년 3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으로 인해 핵심 서비스가 종료되었다. 이 법은 흔히 '타다 금지법'으로 불렸으며, 타다는 결국 사업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점은 타다의 서비스가 법원에서는 2023년 대법원까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는 사법적 정당성보다는 정치적 결정이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 종목, 특히 공공성이 강하거나 정부 규제에 민감한 산업에서는 기업의 실적 분석보다 정치적 의사결정을 이해하는 것이 주가의 향방을 예측하는 데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과 같은 공기업의 경우, 아무리 이익이 많이 나도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압박을 받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 이러한 기업의 가치는 실적만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7년 이후 정부의 원전 축소 정책으로 수주 파이프라인이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3조 원의 긴급 자금을 수혈받는 등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정책이 원전 확대로 전환되고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라는 산업적 변화가 겹치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는 대형 원전과 소형 모듈형 원전(SMR) 수주 기대로 주가가 크게 상승하며 2026년 30조 원, 2027년 40조 원의 수주 잔고가 전망되는 등 완전히 다른 주식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20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자동차 기업 GM은 파산 보호 신청 후 정부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투입받아 구제되었다. 하지만 정부가 구제한 것은 회사 자체와 일자리, 그리고 협력 업체였으며, 기존 주주들은 구제 대상이 아니었다. 이로 인해 구주주의 지분은 소멸되었고, 투자자 정보에는 해당 주식의 가치가 '0원'으로 명시되는 등 정부의 구제가 반드시 기존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되었다.
테슬라는 정부의 규제 크레딧과 전기차 세액 공제와 같은 제도적 지원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다. 2020년 테슬라의 순이익 7억 2100만 달러 중 규제 크레딧 수익이 15억 8천만 달러를 차지하여, 차량 판매로 번 돈보다 탄소 배출권 판매로 얻은 순이익이 두 배 이상 많았다. 이러한 제도적 도움이 없었다면 테슬라는 당시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며, 전기차 세액 공제 종료 후에는 판매량이 16% 감소하는 등 정부 제도 의존성이 높음을 보여주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 모더나는 미국 정부의 대규모 백신 선구매에 힘입어 2022년 193억 달러라는 엄청난 매출을 달성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량 구매가 종료되자 매출은 급감하여 2023년 68억 달러, 2024년에는 32억 달러로 계속해서 줄어들었다. 주요 고객이 국가였던 기업은 정부의 정책 변화로 인해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을 모더나 사례가 명확히 보여준다.
정치 리스크가 큰 시장의 주식은 원래 싸게 거래되는 것이 정상이다. 따라서 주가수익비율(PER)이 낮다고 해서 무조건 저평가된 기회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정치적 요인으로 인해 할인된 가격과 본질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을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정치 리스크가 큰 주식을 단순히 싸다고 접근하는 것은 항상 기회가 아닐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정치 리스크는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고, 내부자 거래가 아닌 이상 정확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투자자는 예측하려 하기보다 종목을 분류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어떤 종목은 정치적 수혜를 크게 받을 수 있고, 어떤 종목은 정치적 이슈 한 방에 가치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미리 분류해 두는 것이다. 이러한 분류만으로도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종목에 전 재산을 투자하는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주식 매수 버튼을 누르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네 가지 정치 리스크 항목이 있다. 첫째, 회사의 영업이익 중 정부가 만들어 준 부분이 몇 퍼센트인지 확인해야 한다. 이 비중이 30%를 넘으면 해당 기업은 산업주가 아닌 정책주로 봐야 한다. 둘째, 정부 입장에서 이 기업이 자산인지 아니면 경쟁자인지 판단해야 한다. 셋째, 기업이 폐업할 경우 정부가 곤란해질지 혹은 편해질지 고려해야 한다. 넷째, 특정 사건 발생 시 정부가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여 정리가 가능한지를 파악해야 한다.
정치 리스크는 갑작스러운 갭 하락이나 거래 정지 위험이 커서 일반적인 손절 전략으로는 관리가 어렵다. 따라서 정치 리스크에 노출된 종목은 처음부터 진입 금액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관리해야 한다. 즉, 특정 손절선을 정하기보다는 해당 종목에 투자하는 총금액 자체를 제한하여 잠재적 손실 규모를 통제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다. 갭으로 떨어질 경우 손절선은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정치를 이해하는 것은 특정 정치 세력의 편을 들기 위함이 아니라, 자신의 자산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함이다. 기업의 재무제표는 과거에 얼마나 잘 벌었는지를 보여주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정부의 정책적 발언이나 결정에 달려 있다. 따라서 투자 판단에 있어서 단순히 분노나 감정적인 대응은 금물이며, 냉철하게 정치적 요인을 분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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