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완’ 시절은 옛말, 다양한 계층의 주거 공간으로 변모하는 고시원
Jump to 0:02과거 고시 준비생들이 주로 거주하던 고시원의 풍경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생, 직장인, 지방 출신자, 심지어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고시원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11년 만에 고시원의 건축 기준을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치솟는 월세와 전세난 속에서 고시원이 '주거 공간'으로 변모하며 청년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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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시 준비생들이 주로 거주하던 고시원의 풍경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생, 직장인, 지방 출신자, 심지어 외국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고시원에 모여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난 12일 국토교통부는 11년 만에 고시원의 건축 기준을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현재 서울의 월세 부담은 상당합니다. 서울 오피스텔의 평균 월세는 100만 원에 달하고, 빌라와 원룸의 평균 월세도 약 65만 원 수준입니다. 전세 매물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높은 월세와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2030 세입자들이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고시원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한 거주자는 학교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고시원이 월 50만 원으로 다소 비싸다고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조건의 원룸을 알아봤을 때 보증금이 기본 1천만 원을 넘어가고 관리비까지 추가되는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여 고시원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른 거주자는 인턴 생활을 하다가 아침 일찍 시작하는 학원 때문에 이동 거리 부담을 줄이고자 서울로 올라왔다고 밝혔습니다. 취업 준비를 위해 학원에서 가장 가까운 고시원을 선택했으며, 원룸은 원하는 날짜에 들어가기 어렵고 당장 입주해야 하는 상황에서 중간 과정 없이 바로 계약할 수 있는 고시원이 유리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고시원 거주자는 SH 주택을 알아보았으나 당첨이 쉽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원룸의 계약 기간이 보통 2년인데, 자신이 언제 서울을 떠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을 자유롭게 뺄 수 있는 계약 기간이 유동적인 고시원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라고 밝혔습니다.
고시원은 연령, 국적, 직업에 관계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만큼 그 형태도 다변화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침대와 책상만 방에 있고 화장실, 샤워실, 주방을 공유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었지만, 이제는 방 안에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포함된 원룸형 고시원도 상당히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거 시설로 활용되는 고시원은 건축법상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고시원은 건축법상 주택이 아닌 '다중생활시설'로 분류됩니다. 이로 인해 필수로 설치해야 하는 시설물이나 안전 규정이 일반 주택과 다릅니다. 11년 동안 유지되어 온 이 기준들에 최근 변화가 예고되었는데, 지난 12일 정부는 건축 기준 일부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개정안은 안전과 무관한 일부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정부는 고시원 방마다 의무적으로 두도록 했던 책상을 없애고, 그동안 설치할 수 없었던 욕조를 허용하기로 했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가장 큰 이유는 고시원을 더 이상 시험만을 위한 공간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한 거주자는 고시원에 처음 왔을 때, 고시 공부나 취업 준비생 외에도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이 많다는 점에 놀랐다고 언급했습니다.
고시원에는 20대 초반의 학생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교환학생이나 유학생, 방학 때 잠시 머무르는 공무원, 그리고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모델일을 하는 사람들도 몇몇 보인다고 합니다. 연령대가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 현재 고시원의 특징입니다.
한 거주자는 처음에는 한 달만 살다가 더 나은 곳으로 이사할 생각이었으나, 살아보니 고시원이 작은 원룸 같은 느낌이 들어 오래 지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쉐어하우스에 살 때는 몰랐지만, 고시원에서 혼자 지내니 훨씬 편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습니다. 독립적인 공간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온 것입니다.
첫 자취를 하는 사람에게는 고시원이 아무리 불편하더라도 '나만의 공간'이 생긴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또한, 세탁 세제나 라면 같은 기본적인 물품들을 고시원에서 제공해 주는 점도 장점으로 꼽힙니다. 과거 자취 경험에서 매번 물을 사고 밥을 주문하는 것이 번거롭고 부담스러웠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러한 구비 시설들은 긴급하게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근 시행된 주거 실태 조사에서는 고시원 거주 이유로 거리뿐 아니라 가성비, 편의성, 독립 공간이 꼽혔습니다. 이는 고시원이 단순히 공부만을 위한 공간을 넘어, 직장과 학교 가까이에서 저렴하게 생활하기 위한 주거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여 더 이상 의무적으로 책상을 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방별로 샤워부스가 갖춰진 고시원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오히려 욕조 같은 위생 시설을 원하는 수요가 있다고 본 것입니다. 2015년에는 고시원이 원룸 형태의 주거 시설로 편법 활용되는 것을 막고자 각종 주거 기능을 제한하는 기준을 만들었지만, 국내 1인 가구가 천만 명을 돌파한 지 2년째이고 청년 가구의 비주택 거주 비율도 상승세를 보이는 만큼, 이번 고시원 건축 기준 개정은 공부 공간을 위한 규제를 완화하고 고시원을 주거 공간으로 재정립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번 고시원 건축 기준 개정이 고시원을 살기 더 편한 주거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대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욕조 허용을 시작으로 고시원이 고급화되면 가격이 더 비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미 고시원은 화장실 유무 외에도 각종 시설과 옵션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한 거주자는 자신의 방이 침대 위에 작은 창문 하나가 전부인 '내창' 방이라고 보여주며, 햇빛도 안 들어오고 복도와 연결돼 있어 환기가 잘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내창'과 '외창'은 가격 차이가 5만 원에서 10만 원 내외로 생각보다 크기 때문에, 돈이 없는 학생들은 주로 '내창' 방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신의 방 월세가 50만 원으로 비싼 이유도 '외창' 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 거주자는 자신의 방 월세가 50만 원임에도 불구하고 화장실이 따로 없다고 밝혔습니다. 매달 50만 원을 내는 것도 벅찬데, 화장실이 있는 방을 고르게 되면 월세가 더 높아지기 때문에 화장실 없는 방을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고시원 거주자들이 주거 환경 개선에 대한 욕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로 기본적인 편의 시설조차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결국 핵심은 주거 환경입니다. 최저 주거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고시원 등 주택 이외 거처 거주자들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근본적인 주거 환경 개선 없이는 집처럼 보이지만 집이 아닌 공간만 늘어나는 꼴이라는 우려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SNS에서는 비좁은 고시원 방에 욕조가 들어찬 AI 이미지까지 쏟아지며 논란이 크게 일었고, 정부는 행정 예고에 나선 지 9일 만에 재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고시원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공간의 질이 점점 개선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과연 청년들의 주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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