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5% 금리 시대의 종말
Jump to 0:05과거 일본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0.35%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1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다면 1년에 내야 할 이자가 고작 35만 원에 그쳤다. 이러한 초저금리 환경은 주택 구매자들에게 큰 부담 없이 빚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오랜 기간 유지되었다.
초저금리 기조가 끝나고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며 일본 경제 전반에 대규모 변화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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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일본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0.35%에 불과했다. 이로 인해 1억 원을 대출받아 집을 산다면 1년에 내야 할 이자가 고작 35만 원에 그쳤다. 이러한 초저금리 환경은 주택 구매자들에게 큰 부담 없이 빚을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오랜 기간 유지되었다.
1985년 일본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60% 수준이었다. 그러나 현재 이 수치는 무려 236%까지 급증하여, 일본이 막대한 빚을 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국가부채의 증가는 경제 전반에 걸쳐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빚의 총량이나 비율보다는 빚을 굴리는 이자만 헐값으로 막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빚을 늘려도 안전하다는 경제적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은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경제를 지배했던 저금리 기조 속에서 더욱 강화되었다. 결과적으로 일본 정부는 이자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국가부채를 계속 늘려왔다.
현재 일본 국채의 가장 큰 보유자는 일본 국민이나 예금자들이 아닌 일본은행, 즉 중앙은행이다. 일본은행은 국채 발행량의 절반에 육박하는 비중을 틀어쥐고 있다. 이는 일본의 국가부채가 국민의 저축이 아닌 중앙은행의 통화 발행권에 의해 지탱되고 있음을 의미하며, 시장 메커니즘을 왜곡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이 시장에 나오는 국채를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면서, 정작 시장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사고팔 국채 자체가 씨가 말라버렸다. 이러한 중앙은행의 국채 싹쓸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마비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글로벌 채권 시장 지수에서 일본 국채가 퇴출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일본 국채 시장의 기능 상실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공짜로 물을 끌어다 쓰던 과수원이 갑자기 물 1L당 요금을 받겠다고 통보받는 상황처럼, 공짜나 다름없던 대출 금리가 유료화되는 전환점을 맞았다. 이는 과거의 낮은 금리로 빌린 막대한 빚 전체가 이제 새로운 이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됨을 의미한다. 일본 경제는 이제 공짜 돈의 시대가 끝나고 과거의 빚에 대한 거대한 청구서에 직면하게 되었다.
한국의 국고채 금리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2024년 연말까지만 해도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86%, 30년물 금리는 2.79%로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6년 8월 현재, 10년물 금리는 4.3%로 크게 뛰었고 30년물은 아예 4.7%를 넘어섰다.
일본은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0.1%의 정책금리를 도입하여 예금에 이자를 주는 대신 보관료를 징수하는 비정상적인 금융 관행을 유지했다. 또한 10년물 국채 금리를 0.1%로 고정하고, 중앙은행이 시장에서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하여 금리를 통제했다. 이러한 조치는 금융의 기본 상식을 완전히 뒤집어엎은 것이었으며, 시장 기능을 심각하게 왜곡시키는 부작용을 낳았다.
초저금리 시대에 일본 가계는 0.35%라는 매우 낮은 금리로 빚을 내어 앞다투어 집을 샀다. 평생 내 집 마련을 생각하지 않던 사람들조차 이 정도 이자라면 빚을 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하며 도쿄 23구 등 주요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이처럼 빚이 갚아야 할 짐이 아닌 황금 동아줄처럼 인식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고, 자산 거품이 형성되는 결과를 낳았다.
일본은 물가가 목표치를 훌쩍 넘기는 현상이 어쩌다 한두 달 벌어진 가벼운 해프닝이 아니었다. 무려 40개월 연속으로 물가가 상승세를 유지하며 3년을 꼬박 넘겨 끓어오르고 있다. 2026년 물가 전망치는 2.5%로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마이너스 금리 기조를 유지할 명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본은행은 목표 금리를 지키기 위해 시장에 굴러다니는 국채를 죄다 사들였고, 이로 인해 거래할 국채 자체가 씨가 마르면서 시장 자체가 소멸하는 모순에 빠졌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은행은 10년물 국채 금리 제한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했고, 2024년 3월에는 금리 통제를 전면 해제했다. 이로 인해 국채 시장 내 거래용 국채가 고갈되면서 금리가 폭등하는 후폭풍을 맞았다.
과거 일본에서는 국민들이 예금을 하면 은행이 그 돈으로 안전한 국채를 매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본에도 주식 투자 열풍이 거세게 불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투자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이와 함께 인구 고령화로 인해 국내 순매수자 비중이 줄어들고 매도자로 전환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본 국채 시장 내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13%에서 46%로 폭증하면서 국채 시장의 매수 기반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온 투자 자금은 이익에 따라 언제든지 사고팔기를 반복하는 '철새' 같은 존재들이다. 이는 마치 오랫동안 장사하던 뚝배기집에 동네 단골은 발길을 끊고 언제 떠날지 모르는 뜨내기 관광객들만 바글거리는 상황에 비유될 수 있다. 일본 국내 기관들이 주로 만기 보유형 투자를 하는 것과 달리, 외국인 투자자들은 단기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일본 국채 금리의 극심한 널뛰기 현상을 유발하며 시장 불안정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일본 정부는 130조 엔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소비세 인하 및 에너지 보조금 지급과 같이 들어올 수입은 팍팍 깎겠다고 선심을 쓰고 있다. 나갈 돈은 사상 최대로 팽창시켜 놓은 반면, 정작 불안하게 쌓여가는 빚을 어떻게 갚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은 찾아볼 수 없는 모순적인 재정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일본 재정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2024년 여름, 일본은행은 금리를 정격적으로 올리면서 과거의 온건한 태도를 버리고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매서운 강공을 펼쳤다. 이는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일본 주식 시장인 니케이 지수는 8월 5일 하루 만에 13% 폭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또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발작적인 시장 반응이 나타나면서 일본 경제의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켰다.
니케이 지수가 한때 6만 4천을 맴돌고 7만 고점까지 넘는 등 일본의 눈에 보이는 자산 가격은 10배 가까이 화려하게 부풀어 올랐다. 그러나 정작 지금 일본이라는 거대한 배를 밑바닥부터 뒤흔들고 있는 치명적인 암초는 지난 30년 동안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뜨거운 인플레이션이다. 자산 가격 상승의 이면에는 통제 불가능한 물가 상승이라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존재한다.
일본 경제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비밀은 일본 국채의 평균 만기가 10년이라는 아주 긴 호흡에 숨어 있다. 현재 일본 정부가 짊어지고 있는 산더미 같은 빚의 상당 부분은 사실 금리가 거의 0%에 가까웠던 10년 전의 달콤한 시절에 맺어둔 계약으로 빌린 돈이다. 그러나 이 국채들이 만기가 도래하면 일본 정부는 훨씬 높은 금리로 자금을 차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따라 2029년에는 이자 비용이 21조 엔으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어, 일본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본 경제는 이자 비용 부족이라는 지점에서 우리가 지금까지 짚어본 모든 조각들이 무섭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이자 낼 돈이 부족해지면 정부는 어쩔 수 없이 빚을 더 내야 하고, 빚 규모가 커지면 불안해진 시장은 더 높은 이자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채 공급은 계속 증가하게 되고 이는 다시 금리 상승을 유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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