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의 대중국 로비, 어떤 흐름이었나
진행자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위해 정치권에 로비한 이유를 박정호 교수에게 물으며 대담을 시작했다. 진행자는 이 얘기가 도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먼저 1990년대 초 중국의 개혁개방 결정과 당시 미국의 통상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배경부터 차례로 짚어 로비가 어떤 계기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박정호 명지대 교수가 설명한 1990년대 중국 최혜국 대우 논쟁과 2000년대 WTO 가입 과정, 미국 정치자금 제도의 쟁점을 정리했다
진행자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을 위해 정치권에 로비한 이유를 박정호 교수에게 물으며 대담을 시작했다. 진행자는 이 얘기가 도덕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먼저 1990년대 초 중국의 개혁개방 결정과 당시 미국의 통상 상황을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그 배경부터 차례로 짚어 로비가 어떤 계기로 이뤄졌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박 교수는 최혜국 대우가 자유무역에서 다른 나라와 동등하게 대하는 지위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1970년대 초 미국과 수교한 뒤 이 지위를 연장해 유지해 왔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1989년 천안문 사태 이후 최혜국 대우 유지 조건으로 일곱 가지 요구를 내걸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요구에는 재소자 강제노동 정리, 정치범 석방, 종교의 자유 부여, 티베트 자치 확대 등이 포함됐다. 중국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박 교수는 소련 패망 이후 중국도 경제 위기에 직면했고, 미국 수출과 교역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에 미국 정부의 압박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때 덩샤오핑 정부는 미국 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로비 기록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부터 밝혔다. 미국에서 정치자금 제공 내역을 공개하도록 법에 명시된 것은 2010년 이후여서, 당시 로비는 공식 기록이 남지 않은 이른바 테이블 밑의 활동이었다.
그럼에도 연구자들은 언론 보도를 집계해 흐름을 살펴봤다. 미국 최상위 기업들이 1992년부터 1994년 사이 중국의 최혜국 대우 박탈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거나 CEO들이 관련 컨퍼런스를 여는 사례가 많았고, 이 기간 발언 빈도는 그 전후와 비교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늘었다. 박 교수는 이를 로비가 있었다는 추정의 근거로 제시했다.
또 이 기간 300개 이상의 미국 기업이 최혜국 대우 철회에 반대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이후 중국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미국 기업 제품을 많이 사 주었는데, 반대 성명에 적극적이었던 기업들이 특히 많이 팔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박 교수는 이 역시 정황상 추정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당시 미국 경제를 대표하던 기업 307곳이 공동 성명을 내고 최혜국 대우 유지를 위한 캠페인을 벌여 클린턴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참여 기업으로는 시가 상위권의 여러 기업이 언급됐다.
박 교수는 클린턴이 그 무렵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양보했다고 분석했다. 진행자는 이 압박이 직접 로비였는지, 칼럼니스트 섭외 같은 간접적 방식이었는지 물었다. 박 교수는 직접 면담도 가능했겠지만 주로 여론을 조성하는 방식이었을 것으로 보았다. 진행자는 클린턴에게 직접 제공된 대가가 있었는지도 함께 궁금해했다.
진행자는 미국 기업과 정치인이 시장 개방을 기대해 스스로 나섰는지, 중국의 부탁을 받고 움직인 것인지 물었다. 중국 측의 제안이 물밑에서 이뤄졌을 수도 있다는 질문이다.
박 교수는 중국이 클린턴의 양보 이후 해당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사업권을 제공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보잉의 항공기 대규모 주문, AT&T의 통신 사업 협력 약속, 엑슨모빌의 유전 개발 우선 협상 지위, 미국 농업 기업의 밀 수출 확대 등이 그 예로 제시됐다. 자동차 기업의 대규모 구매도 같은 흐름으로 설명됐다.
박 교수는 이런 사업권들이 로비 이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전 거래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다만 오가는 돈의 흐름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황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기업이 후보에게 직접 후원금을 낼 수는 없지만, 별도의 광고 슬롯을 구입해 특정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광고는 후보의 노출을 늘린다.
박 교수는 미국 연구 결과를 인용해 기업 광고비가 많이 집행된 후보가 광고 노출도 많았고, 그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80%를 넘었다고 소개했다. 다만 이는 상관관계로 확인된 것이며, 광고와 당선의 인과 관계까지 입증된 것은 아니다.
박 교수는 2000년대 초 중국이 WTO 가입을 적극 추진하던 배경을 설명했다. 자국 기업의 투자 수요는 많았지만 자본이 부족해 외자 유치가 절실했다는 것이다. 이에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는 중국 금융 시장이 열리면 큰 사업 기회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박 교수에 따르면 중국은 WTO 가입 과정에서 약 5년에 걸쳐 금융시장을 외국에 크게 개방하기로 약속했다. 미국 투자은행과 시중은행들은 중국 기업들이 내수 시장에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상장 전 투자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중국 시중은행과의 합작 기회를 얻어 15억 인구 시장에 진출하고, 지분을 최대 25%까지 투자할 수 있다는 기대를 품었다.
중국의 건설은행 공상은행 이런데 너 지은 투자해. 지은 얼마나 들 수 있는데요. 맥스 25%까지 해 줄게 한 거예요.
박 교수는 WTO에 가입하면 나라마다 따로 무역·관세 협정을 맺을 필요 없이 공통 룰로 무역할 수 있어 수출이 훨씬 편해진다고 설명했다. FTA는 체결국마다 조건이 달라지지만, WTO는 같은 규칙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원스톱 효과가 생긴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가입 허용이 표면적으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하지만, 실제로는 미국 말을 잘 듣지 않는 나라가 빠지는 정치적 선별이 있다고 짚었다.
박 교수는 90년대 중국을 크게 도와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측의 우선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미국 금융권이 중국을 가장 매력적인 시장으로 본다고 판단하고 당근을 제시했다. 5년 뒤 거의 완전 개방을 하겠으니 도와 달라는 요청이었다.
박 교수는 이 요청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중국 로비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그 원인으로는 WTO 가입 과정의 개방 약속과, 중국 자본이 해외로 나가던 흐름이 함께 꼽혔다.
박 교수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중국 건설은행에 지분을 투자했고, 다른 은행들도 중국 공상은행 등에 지분을 투자해 사업의 일부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을 통해 미국계 투자은행들이 중국에서 큰 수익을 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것 역시 2000년대 이후의 일이라고 짚었다. 로비와 지분 투자가 맞물린 결과였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진행자는 애플이 2000년대 들어 중국을 위한 로비 상위 기업에 올랐다는 점도 함께 언급했다. 애플은 중국이 가장 큰 아이폰 판매 시장이기 때문에 중국 측 조치에 민감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2000년대 등장한 전동 이동 수단 세그웨이를 사례로 들었다. 바퀴 두 개로 균형을 잡는 이 기기는 획기적인 제품으로 주목받았다.
박 교수에 따르면 중국 기업이 이 기술을 카피한 뒤 세그웨이 회사를 통째로 인수했고, 현재 세그웨이는 중국 기업이다. 박 교수는 미국 정부가 이런 과정을 묵인하도록 유도됐다는 흐름으로 설명했다. 진행자는 미국 정부가 제재를 걸 수 있었던 사안이었다는 취지로 덧붙였다.
박 교수는 최근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약속을 믿고 로비하는 것이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90년대 AT&T는 몇몇 지방자치단체로부터 통신 사업권을 약속받았지만, 어느 곳에서도 자리 잡지 못했다. 허가는 약속대로 받았으나 현지 이사회 중심의 방해로 실제 사업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보잉도 중국이 전적으로 자사를 밀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실제로는 에어버스와 5대5 구도였다. 박 교수는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2000년대 들어 미국 제조 기업들이 중국의 약속을 쉽게 믿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은 시설 투자로 묶이지 않고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남은 선택지였고, 애플과 테슬라처럼 중국 시장이 필수적인 기업은 여전히 움직인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는 미국에서 정치인에게 돈을 줄 수 있는 대표 경로로 일반 팩과 슈퍼 팩을 들었다. 일반 팩은 지지자 모임이 정치인에게 직접 소액을 주는 방식이다. 기록이 남고 공개되며 금액 한도가 있다. 박 교수는 이를 한국의 출판 기념회 후원 계좌와 비슷하다고 비유했다.
슈퍼 팩은 정치인에게 직접 돈을 줄 수 없지만, 자기 돈으로 정치인을 응원하는 광고를 낼 수 있다. 금액 한도도 없다. 정치인과 사전에 협의하거나 내통하는 것은 금지되지만, 실제 협의 여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박 교수는 미국 여론이 대놓고 하는 로비에 점점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 체계에서는 판례가 기준이 되기 때문에 여론만으로 제도를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과거 대법원 판례는 정치 후원을 표현의 자유로 보고 있어, 이를 제한하려면 판례를 뒤집을 충분한 근거가 필요하다.
박 교수는 로비가 기록 없이 몰래 이뤄지면 더 나쁜 일이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000년대 들어 로비 내역을 공개하도록 법으로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로비 자체를 금지하기보다 누가 누구에게 얼마를 제공했는지 드러내도록 하는 방향이라는 것이다.
박 교수는 기부금 경쟁이 커질수록 현직 의원이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현직은 재선을 위해 기부금을 모으기 쉽고, 신예는 인지도를 쌓을 경로가 적어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 결과 좋은 후보가 선거비용 때문에 출마를 포기하는 현상도 생긴다.
박 교수는 미국 여론조사에서 정치자금 제한에 찬성하는 비율이 민주당 지지층 76%, 공화당 지지층 71%로 나타났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럼에도 현직의 이점이 줄지 않기 때문에 선거 제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개인이 정치인을 좋아해서 후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회사 돈으로 하는 후원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전문 경영인이 많아 회사의 입장과 개인의 성향을 분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기업은 정책이 자사에 유리한지를 기준으로 누구를 밀지 판단하고, 그에 맞춰 로비를 한다. 진행자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하는 것이 맞는지 물었다. 박 교수는 로비가 워낙 심해 차라리 공개하도록 규제가 생긴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슈퍼 팩처럼 대가 없이 큰돈이 쓰인다는 점은 투명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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