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대 니스벳, 동서양 차이를 실험으로 입증한 사회심리학자
리처드 니스벳은 미시간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심리학을 연구한 사회심리학자로, 국내에서는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양과 서양의 인식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했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여러 사회 현상을 분석해 왔다. 이번 강의에서는 그가 일생 동안 연구한 동서양의 차이와 생각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뤄진다.
EBS 위대한 수업 리처드 니스벳 1~5강을 한 편으로 묶은 요약본이 공개됐다.
리처드 니스벳은 미시간 대학교에서 오랫동안 심리학을 연구한 사회심리학자로, 국내에서는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동양과 서양의 인식 차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했고 다양한 실험을 통해 여러 사회 현상을 분석해 왔다. 이번 강의에서는 그가 일생 동안 연구한 동서양의 차이와 생각이 작동하는 방식이 다뤄진다.
니스벳은 동아시아인과 서유럽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본다.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맥락에 훨씬 큰 비중을 두는 반면, 서양인은 맥락보다 대상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인은 상황 중심적이어서 자신이 속한 환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각자의 개성보다 모두 한데 어우러지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반면 서양인은 개인 중심적이어서 자신의 환경을 통제하려 하며, 그 결과 미국인들은 동양인보다 사회적 관계를 쉽게 끊어낼 수 있다.
니스벳은 일본인 친구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오래 살며 미국식 파티 문화를 좋아하게 된 이 친구가 파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을 모아 파티를 열었지만 결과는 완전히 실패였다.
미국식 디너 파티의 핵심은 솔직한 대화다. 누군가 특정 영상을 재미있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이 그건 재미없는 영상이라고 정면으로 반박하는 식이다. 그러나 일본인에게 상대방의 의견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은 무례한 일이어서, 파티는 재미없게 끝났다.
추론에서도 동양인은 전체론적 분석을, 서양인은 대상 중심적 분석을 한다는 실험이 소개됐다. 대학생 여러 명에게 마리화나 합법화 연설이나 등록금 인상 찬성 연설을 보여주면서, 연사가 다른 사람이 시키는 대로 말할 뿐이라는 정보를 미리 알려줬다.
그런데도 미국인은 연설자의 주장이 진심이라고 믿었고, 한국인도 마찬가지로 연설이 진심이라고 믿었다. 조건을 조금 바꿔서 누군가가 지지하는 모습을 단순 정보가 아닌 화면을 통해 직접 보여주자 결과가 갈렸다. 미국인은 여전히 연설자가 진심이라고 생각한 반면, 한국인은 연설자의 속마음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연설자와 지시자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니스벳은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상황의 특수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정리한다.
니스벳은 강의를 정리하면서 동양은 맥락 파악과 관계의 유사성을, 서양은 대상 파악과 범주·규칙을 생각한다고 요약했다. 다만 그가 한 말은 '그런 경향성이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 동양인은 이렇고 서양인은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는 단서가 붙었다.
지금은 과거보다 훨씬 개인화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니스벳은 동양 사고의 관계성 원칙을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크고, 부분은 전체 속에서만 의미를 갖는다'는 뜻으로 제시했다.
동서양의 차이는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으며, 경제적·문화적 특성뿐 아니라 생태적 특성과도 관련되어 있다. 중국은 강이 흐르는 평야가 넓게 펼쳐져 있어 필연적으로 많은 사람들과 협동해야 했고, 그 결과 전체론적 사고가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그리스는 중국에 비해 척박한 땅으로, 바다와 산이 이어져 있어 거대 농장보다 무역과 작은 농장 같은 개인 사업이 발달했다. 다른 사람과의 협동이 크게 필요하지 않은 환경이었기에 분석적 사고가 중요해졌다.
중국 안에서도 두 사고가 동시에 존재한다. 협력이 많이 필요한 쌀농사 지역 사람들은 전체론적 사고가 우수했고, 개인 사업인 밀 재배 지역 사람들은 서양처럼 대상 중심적 사고를 하는 경향이 있었다.
동양에서는 범죄자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 범죄의 맥락을 고려한다. 이 사람이 왜 이런 범죄를 저질렀으며 어떤 환경에 있었는지를 따지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맥락을 거의 따지지 않고 범죄의 종류와 규칙만 고려하며,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규칙을 적용한다.
계약에서도 차이가 있다. 일본에서는 눈이 많이 내려 영화관에 손님이 없어지면 영화 제작사가 극장에 보상을 해준다고 하는데, 서양에서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과 호주가 5년간 일정한 가격으로 설탕 공급 계약을 맺었는데 6개월 만에 설탕 가격이 폭락한 사례도 소개됐다. 일본이 호주에 가격을 내려 달라고 요청했지만 호주는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애초에 그런 얘기를 꺼냈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됐다.
니스벳은 무엇이 더 좋은지 진지하게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고 말한다. 각자 필요한 부분이 있어 전체론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 둘 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이론적으로 따르면 우리가 분석적 사고를 배우는 것이 더 쉽기 때문에, 어쩌면 유리할지도 모른다는 정리를 덧붙였다.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 이유를 물으면 그냥 그렇게 둬야 할 것 같아서 뒀다고 말한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둔 78수는 경기장 밖의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수였지만, 정작 본인은 '여기밖에 둘 자리가 없었다'고 말했다.
너무 익숙해져서 무의식적으로 행하기 때문에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니스벳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우리가 인지 과정에 의식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많은 일이 일어나지만 그 인지 과정을 살펴볼 수는 없다.
우리가 계산을 하거나 멀리 있는 물체를 볼 때, 혹은 날아오는 공을 잡을 때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무의식 속에서는 어쩌면 복잡한 편미분 방정식을 풀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니스벳은 무의식이 우리도 모르게 행동과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강조하며 강의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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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의 판결도 의식의 작용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판사들의 유죄 판결 정도는 재판을 하는 시간에 따라 다르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점심시간 전에는 형량이 비교적 세고 점심시간 이후에는 약하다. 배고픔이 무의식의 영향을 준 것이다.
얼굴이 동안일수록 가벼운 처벌을 받게 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무의식이 우리 생각을 계속 방해하고 왜곡하는 것만은 아니다.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브루스 턱이 셀린의 『예술 창조의 과정』이라는 책에서 기 셀리는 역사적으로 창의적인 인물들의 에세이를 수집했는데, 거의 모든 예술가들의 창작물이 무의식적으로 나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수학자 푸앵카레는 휴가지에서 전혀 수학에 대해 생각하지 않던 와중에 갑자기 오랫동안 풀던 문제의 실마리를 떠올렸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는 꿈속에서 갑자기 멜로디가 떠올라 예스터데이를 작곡했다.
진행자는 무의식이란 너무 사이비 같고 우리 판단을 못 믿게 만든다는 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리처드 니스벳은 무의식의 작용을 알면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틀렸을 가능성을 헤아리며 더 신중해진다고 답한다.
"무의식의 작용을 알면 다른 사람의 행동과 생각을 의심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사람에게는 거짓말을 할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필요는 없습니다. 무의식은 우리 기억에 어떤 부분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죠."
니스벳은 우리 인지 과정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무의식은 많은 경우 저절로 작용한다고 정리한다.
"우리 인지 과정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무의식은 많은 경우 저절로 작용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으로 무의식을 건드려 줄 필요가 있다."
교육도 지능에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8월생까지 올해 입학하고 9월생부터는 내년에 입학하는데, 연말에 두 아이를 비교하니 8월 31일생 아이가 9월 1일생 아이보다 아이큐가 훨씬 더 높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아이들의 아이큐는 점차적으로 증가했습니다."
니스벳은 이 연구를 통해 학교 교육이 지능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팩맨 같은 옛날 게임들은 지능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 나오는 게임들은 고도로 복잡하다. "이런 게임들을 익히는 것 역시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었습니다."
동아시아에는 유교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적 요소가 있다. "공자 역시 인지 능력에 있어서 선천적 능력보다 노력이 중요함을 강조했지요. 그 때문인지 오랜 시간 동아시아에서의 성공은 교육받은 정도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동양의 부모는 서양 부모보다 상대적으로 자녀들에게 높은 성적을 요구한다. 이런 문화적 차이 때문에 동양 아이들의 공부 시간이 서양 아이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아졌고, 인지 능력에도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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