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배 땅에 50여 종가가 모여 산다
서울의 2.5배에 이르는 이 고장은 경상북도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종가들을 중심으로 전통문화가 이어져 온 자리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밀집한 종가는 50여 곳에 달한다.
500년 법도를 지키는 50여 종가 — 떡 40cm, 탕 다섯 그릇, 그리고 종부의 하루
서울의 2.5배에 이르는 이 고장은 경상북도에서 면적이 가장 넓다.
종가들을 중심으로 전통문화가 이어져 온 자리이기도 하다. 이 지역에 밀집한 종가는 50여 곳에 달한다.
그래도 정성마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장에서 생선과 고기를 사 온 사람들이 돌아오자, 이 음식들을 실은 일행은 제사 준비 장소인 재사로 향한다.
재사는 종택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 가문 단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제사 지내는 안동에서는 이렇게 재사를 따로 둔 종가가 적지 않다. 종부는 도마 같은 남자들의 일까지 꼼꼼히 챙긴다.
명문 종가에서만 이어지는 전통이 하나 더 있다. 상에 여러 종류의 떡을 높게 쌓는 것이다. 내일 제사에는 아홉 가지 떡이 올려질 예정이다.
재료 준비부터 떡 모양과 만드는 일은 종부 손에 달렸다. 떡을 쌓을 때도 순서가 있어, 먼저 본편이라 불리는 시루떡을 높이 쌓은 다음 편을 올리고 그 위에 옷기라 불리는 장식 떡을 얹는다. 예전에는 이보다 더 높이 쌓았다고 한다.
동암종택 제삿날, 본래는 조상 묘소를 찾아가 제사 지내는 것이 원칙이다.
비가 내리는 탓에 이날은 제사에 모여 예를 갖추기로 했다. 종부의 손길은 다시 분주해졌다.
제사상에 올랐던 음식을 나눠 먹는 음복은 안동에서 제사를 마친 뒤 중요한 의식으로 꼽힌다.
이러한 풍습에서 탄생한 요리가 오늘날 안동 헛제사밥이다. 제사상에 올린 고기와 떡도 똑같이 친척들에게 나눠 주는데, 안동에서도 일부 종가에만 전해지는 풍습이다.
경상북도에서도 면적이 가장 넓은 도시인 안동에는 산을 닮아 기개와 정조를 지키며 가문의 영광을 지켜 나가려는 사람들이 산다.
구름과 나지막한 산들로 둘러싸인 이곳은 예부터 삼다의 고장이라 했다. 산 사람 서원이 많아서 삼다라 했으며, 조선 인물의 반이 영남에 있고 영남 인물의 반이 안동에 있다는 말이 내려올 정도로 수많은 인재를 배출했다.
조선 중기 학자 장흥효 선생의 종택이 경당종택이다.
이 집에는 종손 장선진 씨와 종부 권순 씨 부부가 산다. 이날은 집안 대대로 내려온 특별한 의식이 있는 날이다.
종부가 제물을 준비할 때, 과일 제물을 쌓는 일은 종손인 장선진 씨가 아니라 종부가 맡는다.
밀가루풀을 발라 일정한 크기로 층층이 쌓는데 하루 종일 걸려 제사 전에 미리 준비한다. 높이를 측정해 한 바퀴 돌려 높이가 똑같아지도록 맞춘다. 눈으로는 잘 되지 않아 자를 대고 맞춰야 한다는 것이 종부의 설명이다.
선대부터 지금까지 400여 년간 이어져 온 오랜 전통이 있다. 재물은 가난하나 학문은 부자라는 뜻의 재빈도부가 안동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남아 있다. 안동 사람들의 선비 정신은 오늘날에도 삶과 정신에 살아 숨 쉰다.
경상북도 안동은 종가 하나 끼지 않고 돌아가는 골이 없다는 곳이다. 조선 시대 중기 안동은 퇴계 이황 선생을 중심으로 성리학적 유교 문화를 꽃피우고 걸출한 인물들을 배출했다.
안동에서만 불천위 제사를 지내는 종가는 48곳이고, 불천위로 추대된 인물은 49명이다. 한 해 안동에서만 불천위 제사가 49번 열리는 셈이다.
떡 제물을 만드는 날에는 솜씨 좋은 종부의 손이 더 바빠진다. 경단을 올리고 그다음에 부편을 올리고 그다음에 전 조약 깨꼬리를 올리는 식으로 차곡차곡 쌓는다.
불천위 제사에서 특히 신경 쓰는 제물은 떡이다. 불천위로 추대된 인물과 해당 가문의 지명도에 따라 떡의 높이가 올라간다. 떡 제물의 높이는 40cm 전후로 쌌고, 옛날에는 17불까지도 갔으며 15불, 13불도 있었다고 한다.
저녁이 되자 전국으로 흩어져 살던 안동 장씨 후손들이 모인다. 조상의 덕을 기리고 문중의 구성원으로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다.
제사 의뢰를 행할 때 제사에 참여하는 제관들에게 각각의 업무를 분담하는 일이 이어진다. 종손을 중심으로 업무가 분담되면 종이에 이름을 적는다. 자기를 맡길 곳에 누굴 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어보고 연체를 막가면서 어디 가라 정한다. 분정이 끝나면 대척에 차려진 제사상 앞으로 모여 마지막으로 진설을 살핀다.
가문의 위상을 드러내는 제사이기 때문에 여타 제사에 비해 제물의 종류도 규모도 크다. 가문의 위세를 드러내는 척도에는 탕도 빠질 수 없다. 일반 가정의 제사에는 보통 세 가지 탕을 쓰지만 불천위 제사의 경우 다섯 가지 탕을 으뜸으로 여긴다.
끝날 때쯤에는 조상이 남긴 음식을 먹는 의식인 음복을 준비한다.
고추장은 넣지 않고 제철나물을 넣고 만든 비빔밥은 제사밥이라 부른다. 안동 지방은 다 이렇게 제사 지내고 나면 각색 나물 놓고 밥 떠 놓고 비빔밥을 낸다. 조상이 남긴 음식은 복된 것이라 여겼고, 제사 음식을 함께 나눠 먹는 것으로 복을 나누어 갔다. 간장만 넣고 쓱쓱 비벼서 먹는 것이 제사밥이다.
흔히 알고 있는 헛제사밥은 안동의 제사문화에서 나왔다고 한다.
안동에 옛날에 공부하는 학생들이 공부하다가 저녁에 배가 고프고 출출하면 밥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그럴 때 제사밥 비슷하게 해서 먹었다는 것이다. 조상의 신위를 모시지 않았으므로 제사밥이 아닌 허제사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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