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법제화, 플랫폼에는 호재이자 악재?
오는 12월부터 비대면 진료가 의료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공식 법제화된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모든 환자가 약을 배송받을 수 있게 전면 허용될 방침이다. 이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던 비대면 진료가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제도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닥터나우와 같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플랫폼 사업 모델의 핵심 축인 약품 도매업 금지와 비대면 진료 대상 환자 축소 가능성으로 성장 동력이 위협받고 있다.
오는 12월부터 비대면 진료가 의료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와 공식 법제화된다. 비대면 진료를 받은 모든 환자가 약을 배송받을 수 있게 전면 허용될 방침이다. 이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사태로 한시적으로 허용되었던 비대면 진료가 1년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정식으로 제도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닥터나우와 같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8월 20일 국회에서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이 의약품 도매상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이 법안은 언론에서 '닥터나우 방지법'으로 불리며, 닥터나우와 같은 플랫폼이 자회사로 의약품 도매업을 겸영하며 발생했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플랫폼들은 중개 수수료 수익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이처럼 다른 매출원을 적극적으로 찾아왔었다.
기존에는 장애인, 도서·산간 벽지 거주자, 65세 이상 장기 요양 등급자 등 의료 취약 계층만 비대면 진료 후 약을 배송받을 수 있었다. 이 발표는 비대면 진료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긍정적인 소식으로 보이지만, 플랫폼 업계는 이와 연계된 행정 규정 개정이 오히려 비대면 진료의 폭을 줄일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관계자들은 약 배송 전면 허용 자체는 좋은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마냥 기뻐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방침과 연계된 하위 법령 개정으로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자 풀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재까지 하위 법령 개정안이 입법 예고되거나 윤곽을 드러내지 않아 업계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약사 단체는 플랫폼이 약국에 특정 도매상에서 약을 납품받도록 강요하거나, 자회사로부터 약품을 공급받는 약국에 플랫폼 내 노출 특혜를 주는 등 불공정 거래 행위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23년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도매상을 설립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약사 단체의 격렬한 반발이 있었으며, 2024년 닥터나우 대표는 이 문제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닥터나우 방지법 통과로 닥터나우와 나만의 닥터 등 국내 대표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취재에 따르면, 이 두 회사가 의약품 도매상을 통해 벌어들이는 월 매출이 10억에서 20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예 기간이 1년이지만, 약국들이 서비스 이탈을 고려할 수 있어 매출 타격은 즉각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투자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플랫폼들은 직접 의약품 도매업을 운영하는 것이 비대면 진료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한다. 현재 의료 취약 계층이 아닌 환자는 비대면 진료 후 약국을 직접 찾아 약을 수령해야 한다. 문제는 처방전에 명시된 모든 의약품을 보유한 약국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약사에 따라 같은 성분이라도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한 약국이 모든 제품군을 구비하는 것은 재고 관리상 쉽지 않다. 기자는 소염 진통제를 처방받고도 약국을 찾아 여러 군데를 돌아다닌 경험을 통해 불편함을 토로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의약품 도매업을 통해 약국이 어떤 제품을 보유하고 있는지, 재고가 얼마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처방전에 따라 약을 조제받을 수 있는 약국 정보를 환자에게 안내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약 배송이 어려울 경우, 플랫폼들은 데이터 확보를 위해 의약품 도매업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서비스는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약국을 찾아다니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자의 경험처럼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았지만 약을 받기 위해 장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플랫폼들의 의약품 도매업 운영 불가를 대비해 보완책을 내놨다. 지난 5월부터 약국별 의약품 구매 및 조제 정보를 API로 연결하여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일주일 단위로 공급하고 있다. 정부는 이 조치를 통해 플랫폼들이 더 이상 의약품 도매상을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초기에는 정보의 양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점차 늘려나갈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이 조치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도매업 운영 금지를 상쇄할 수 있는 적절한 대안이 될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가 처음 대중적으로 허용될 당시에는 국가 비상사태였기 때문에 누구라도 약 배송을 받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비대면 진료로 처방 불가 약품만 제외하고 모든 약품이 택배나 퀵서비스를 통해 배송 가능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진료 기준은 시기별로 복잡하게 변화해왔다. 누가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는지, 초진 환자도 가능한지, 약 배송은 받을 수 있는지 등의 기준이 의정 갈등 등 주요 국면마다 달라져 혼란을 야기했다. 2024년 2월 의정 갈등 시기에는 진료 접근성 확보를 위해 비대면 진료 요건이 완화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평일 낮 시간대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여부는 플랫폼 이용자 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2023년 5월부터 코로나 상황이 완화되자 약 배송이 다시 제한되어 장애인, 장기요양 수급자, 도서산간벽지 거주자 등 의료 취약 계층 외에는 약 배송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진료는 비대면으로 받지만 약은 대면으로 수령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여 비대면 진료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다. 기자는 이로 인해 여러 약국을 전전하며 불편함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약 배송 전면 허용으로 현재 0.2~0.3%에 불과한 낮은 비대면 진료 이용률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들은 약 배송 전면 허용을 통해 비대면 진료의 인지도를 높이고 일상적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약 배송이 약물 오남용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마약류, 향정신성 의약품, 사후피임약 등은 비대면 진료 처방이 제한되어 있다. 또한, 현재 약국에서의 복약 지도가 형식적인 경우가 많아 비대면이든 대면이든 큰 차이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약사 단체는 약 배송 허용이 권리금 문제와 같은 비즈니스 측면에 부정적 영향을 미 미치고, 국민 건강에 대한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약 배송 전면 허용 방침에 대해 약사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어 결사 저지를 다짐했다. 이는 비대면 진료 관련 또 다른 격렬한 갈등이 예상됨을 시사한다. 반면, 환자 및 소비자 단체들은 선택권과 편의성 측면에서 약 배송 허용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의학주권 환자 소비자 연대 등 여러 단체는 고령층, 만성 질환자, 도서산간 지역 주민들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약 배송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플랫폼 기업이 아닌 실제 환자들의 요구에서 비롯된 움직임이다.
정부가 약 배송을 추진하고 비대면 진료가 법제화되더라도, 플랫폼들은 마냥 기뻐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비대면 진료의 구체적인 운영 방침이 시행령을 통해 만들어지는데, 이 하위 법령이 비대면 진료 대상을 축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초진보다는 재진 환자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운영하고, 초진은 본인 지자체 의료기관에서만 받도록 제한하며, 처방 일수나 처방 가능 약의 범위를 줄이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대면 진료의 본질은 물리적인 제약을 없애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재진 중심 운영이나, 환자가 거주하는 지자체 내 의료기관으로만 비대면 진료를 제한하는 방침은 이러한 본질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예를 들어, 다른 지역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대면 진료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불편함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비대면 진료로 처방 가능한 약의 일수를 7일로 줄이거나 처방 가능 약품의 범위를 축소하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이러한 규제들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성장 동력을 위축시키고, 결국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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