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 작가 '언어의 고고학', '아오리스트' 개념의 구조적 은유
김서령 평론가는 2026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김세정 작가의 '언어의 고고학'을 분석했다.
작품은 아오리스트, 즉 무정 시제라는 문법적 개념을 소설의 중심 메타포로 활용하며, 단순한 장식이 아닌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적 은유로 기능했다.
32세 작가의 당선작은 문학적 메타포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김서령 평론가가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언어의 고고학'을 통해 확장 은유의 활용법을 분석했다.
김서령 평론가는 2026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인 김세정 작가의 '언어의 고고학'을 분석했다.
작품은 아오리스트, 즉 무정 시제라는 문법적 개념을 소설의 중심 메타포로 활용하며, 단순한 장식이 아닌 소설의 뼈대를 이루는 구조적 은유로 기능했다.
32세 작가의 당선작은 문학적 메타포를 효과적으로 사용한 사례로 주목받았다.
소설은 독일 유학 중인 주인공이 임종을 앞둔 한국 할머니를 문병하며 시작된다.
주인공은 할머니가 평생 필사한 노트에서 '아오리스트'라는 개념을 발견하는데, 이는 완결되었으나 그 지속 여부를 알 수 없는 시제를 의미한다.
할머니의 삶(유산, 호적 누락)과 주인공의 삶(재혼 가정, 서사 조작)은 이 아오리스트 개념으로 연결되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메타포, 즉 은유를 단순히 한 장면에서 소모되는 비유로 사용하지 않고,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틀로 기능하게 하는 것이 확장 은유다.
이 소설에서는 인물의 정체성, 상실감, 그리고 소설 쓰기 행위 자체를 끌고 가는 구조적인 역할로 메타포가 활용되었다.
확장 은유는 단순한 수사적 장치를 넘어 소설의 뼈대를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이 개념이 특정 인물, 예를 들어 할머니 '하나코'에게 처음 적용되기 시작하여 인물과 결합한다.
이러한 단계별 구성은 독자가 메타포를 서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유도한다.
아오리스트 개념은 주인공 아버지의 친모와의 이별을 완결되었으나 지속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로 치환한다.
화자 자신의 개인적인 상실감, 즉 친부와의 이별, 장례식, 연인 홍과의 이별 등도 이 문법적 개념으로 해석된다.
결국 소설은 글쓰기 행위 자체를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아오리스트적인 작업으로 정의하며 예술의 본질을 탐구하는 메타소설적 결말에 이른다.
나는 무정시제이다. 나는 한 명의 아오리스트다. 계속 쓰다 보면 잊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변주하다 보면 그 이야기를 진실이라고 믿을 수 있을 것 같아서요.
메타포를 가져올 때는 인물의 직업, 전공, 취미 등 그 인물이 속한 세계에서 찾아야 자연스럽다.
소설 속 화자가 그리스어 필사 노트를 쓰는 것은 그가 문예창작학과 유학생이라는 설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징물과 마찬가지로 메타포 또한 인물의 삶에 원래 있을 법한 사물이나 개념이어야 하며, 메타포의 확장을 어디까지 밀고 갈 것인지 미리 설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메타포는 반복하되, 매번 다른 무게를 담아야 독자가 지루해하지 않고 이야기에 몰입한다.
형식은 반복되더라도 그 안에 담기는 감정의 밀도를 다르게 설정함으로써 감정의 깊이가 점진적으로 쌓이게 된다.
이러한 반복은 감정적 누적 없이 단순한 기술로만 이루어지면 독자는 쉽게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
개념이 너무 정교해질수록 독자는 감정보다는 사고를 따라가게 되어 지적인 쾌감은 있으나 서사의 몰입도는 낮아진다.
아오리스트 개념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대목이 소설보다 에세이나 논문에 가까운 어조로 흐르면, 이는 소설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순간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소설의 흐름이 개념 설명에 치중하게 되면 독자가 서사의 곡선을 놓치거나 지루함을 느낄 위험이 따른다.
메타포를 4단계로 확장할 때마다 작가는 스스로 '이 설명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아니면 머리만 바쁘게 하는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
만약 잘못된 방향으로 확장되면 소설은 현학성의 함정에 빠져 그 정서적인 힘을 잃을 수 있다.
이는 독자와의 교감을 방해하고 소설의 본질적인 매력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세 아이가 공유하던 아파트 '산호맨션'이 각자의 운명과 태도에 따라 변주되며 소설 전반에 걸쳐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이 아파트는 이사 온 날의 환락 이후 정지된 상황, 그리고 결말에서 낡은 채로 다시 지나치는 순간 등으로 반복 등장한다.
소설 '지우 연우 선우'에서는 '산호맨션'이 문학적 메타포로서 확장 은유로 작용한다.
선우네 가족은 아버지의 사업 전환으로 맨션을 떠나고, 지우와 연우는 그곳에 남게 된다.
산호맨션이라는 공간적 배경은 단순히 장소가 아니라 인물들의 운명과 계급 변화를 드러내는 중요한 지표로 기능한다.
산호맨션은 1단계에서 '흰 벽에 초록 지붕을 단 5층짜리 맨션'이라는 순수한 사실로 등장한다.
2단계에서는 세 아이의 공통된 자부심과 우쭐함을 공유하는 배경으로 특정 관계에 적용된다.
3단계에서는 재산 증식 여부에 따른 거주지 분리로 인물들의 갈라진 운명을 보여주고, 4단계에서는 시간이 흘러 경멸과 향수가 교차하는 감정의 밀도를 형성한다.
화자 선우는 30대 후반에 고향을 방문하여 낡고 허름해진 산호맨션을 다시 마주한다.
아버지가 과거의 상징인 맨션을 경멸하며 지나치는 반면, 화자는 휘어진 발코니 난간과 녹슨 가루 같은 디테일에서 시간의 흐름과 세월의 흔적을 발견한다.
이러한 묘사는 '아프지 않은 칼날처럼 우리를 베고 지나갔던 바람'이 다시 돌아와 맨션의 난간을 더듬는다는 시적인 표현과 함께 결말부의 감정적 밀도를 완성한다.
메타포 재료는 인물의 지식 체계나 실제 겪은 공간과 사건에서 도출해야 한다.
메타포 활용의 4단계는 정의, 관계, 인물 전체, 그리고 태도로 구성된다.
이 4단계에 따라 메타포를 확장하면 소설이 난잡해지는 것을 막고 불필요한 가지치기를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전략은 단편소설의 한정된 원고지 분량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여 소설의 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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