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do it’ 나이키, 2008년 S&P 100 편입
Jump to 0:01짧고 강렬한 슬로건 'Just do it'으로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을 장악했던 나이키는 2008년 미국 100대 초우량 기업 지수인 S&P 10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나이키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소비재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습니다.
한정판 판매와 D2C 전략으로 위기를 맞은 나이키가 시장 점유율 하락과 주가 폭락을 겪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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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강렬한 슬로건 'Just do it'으로 전 세계 스포츠 시장을 장악했던 나이키는 2008년 미국 100대 초우량 기업 지수인 S&P 100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당시 나이키는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소비재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습니다.
소비재의 제왕으로 불리던 나이키는 18년이 지난 지금 S&P 100 명단에서 조용히 지워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주가는 5년 전 고점 대비 무려 78% 폭락했으며, 시가총액은 2,300억 달러, 한화 약 300조 원이 증발했습니다.
한때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나이키가 투자자들마저 등을 돌린 추락의 대명사가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립니다.
나이키 비극의 씨앗은 2020년 취임한 전 CEO 존 도나호가 야심 차게 밀어붙인 잘못된 혁신에서 비롯됐습니다. 그는 나이키와 수십 년간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풋락커, ABC마트와 같은 도매 유통 파트너들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나이키는 도매 유통 업체를 건너뛰어 중간 마진을 없애고 오직 자사 매장과 온라인몰에서만 직접 제품을 판매하겠다는 이른바 D2C(Direct-to-Consumer) 올인 전략을 펼쳤습니다. 마진율을 높이는 데만 심취한 나이키는 이후 혁신적인 고기능성 신제품 개발 대신 익숙한 제품을 한정판으로 찍어내며 가격을 부풀리는 데 몰두했습니다.
나이키의 오만함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나이키가 스스로 비워버린 진열대에는 호카(HOKA)와 온러닝(On Running) 같은 신흥 브랜드들이 새로운 기술력을 무기로 빠르게 시장을 밀고 들어왔습니다.
풋락커, ABC마트 같은 매장은 소비자가 여러 브랜드의 신발을 직접 신어보고 비교하는 중요한 공간이었습니다. 나이키가 이러한 접점을 스스로 줄이면서 정작 새로운 소비자를 만날 통로마저 사라진 셈입니다.
전 나이키 마케팅 임원 마시모 지은코는 "지점과 디지털 중심의 조직 개편이 도매 업체 역할을 축소시켰고, 그 과정에서 제품 혁신과 소비자 접근성 자체가 약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라이벌 아디다스마저 거세게 추격하며, 한때 2022년 25.9%에 달했던 나이키의 글로벌 스포츠 신발 시장 점유율은 3년 만에 22.9%로 곤두박질쳤습니다.
나이키의 가장 든든한 방어막이었던 중국 시장의 붕괴는 나이키의 심장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연 매출의 15%를 책임지던 중화권 매출은 무려 8분기 연속 하락세에 빠졌습니다. 2026 회계연도 중화권 매출은 58억 5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환율의 영향을 제외하더라도 중화권 매출은 13% 급감했습니다. 세부적으로 신발 부문은 15%, 자체 판매는 12%, 디지털 판매는 무려 29%가 곤두박질쳤습니다. 안타(ANTA), 리닝(Li-Ning) 등 기술력을 바짝 추격해 온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내수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한 결과입니다.
겹겹이 쌓인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눈물의 할인 경쟁'은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나이키의 자존심마저 바닥으로 끌어내렸습니다. 이는 중국 토종 브랜드의 시장 장악과 맞물려 나이키의 위기를 심화시켰습니다.
2024년 10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엘리엇(Eliot) CEO는 도매 업체와의 관계 복원과 신제품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할인 통로로 전락했던 온라인몰도 정상 가격에 파는 매장으로 되돌리겠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모닝스타의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스워츠는 "힐 CEO 취임 이후 나이키는 계속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이야기할 뿐 정작 진전은 없었다"고 꼬집었습니다. 나이키 스스로도 2027 회계연도 내내 중국 부진과 컨버스 브랜드의 실적 악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현재 나이키의 상황을 '항복의 단계'라고 표현했습니다. 이제 나이키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2021년의 영광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월가의 자금은 이미 나이키를 떠나 다음 목적지를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나이키가 있던 자리에는 이제 AI 반도체 기업들의 이름이 새겨지고 있습니다. 오는 21일 나이키가 S&P 100에서 퇴출되면, 그 자리는 델 테크놀로지스, 팔로알토 네트웍스, 아리스타 네트웍스, 샌디스크 같은 기업들이 채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연 나이키는 이 뼈아픈 굴욕을 딛고 다시 한번 'Just do it'을 외치며 비상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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