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삼성·SK에 5년치 전기요금 25조 원 선납 요청
한국전력공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지난해 납부한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에 약 20조 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 원을 요구하는 총 25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시도였다.
재정 위기를 겪는 한국전력이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받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한국전력공사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게 5년치 전기요금을 미리 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지난해 납부한 전기요금을 기준으로 삼성전자에 약 20조 원, SK하이닉스에 약 5조 원을 요구하는 총 25조 원 규모의 자금 조달 시도였다.
한전은 5년치 전기요금 선납에 대한 반대급부로 용인과 화성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송전 설로를 최우선으로 구축해주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또한, 선납금에 국고채 2년물 금리보다 높은 이자를 적용하고 이를 향후 전기료에서 차감해주겠다는 보상안도 함께 제안했다.
그러나 이 같은 한전의 제안은 기업들의 거부로 무산됐다. 기업들은 현재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5년 내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난색을 표했다. 이는 미래 전략 대응과 예상치 못한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보인다.
한국전력의 재무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올해 2월 말 기준 한전의 총부채는 210조 7천억 원에 달하며, 하루에 갚아야 할 이자만 115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대규모 누적 적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발생했다.
한전은 2030년까지 5년간 약 61조 원 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는 자본금과 적립금의 2배로 제한되어 있지만, 재무 악화를 고려해 정부가 한도를 최대 5배까지 늘려주는 특례 조치를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 특례 조치가 내년 말에 종료될 예정이어서 한전의 자금 조달에 심각한 위기가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기요금 선납 제안은 한전이 더 이상 한전체를 발행하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음을 보여주는 고육지책이었다. 한전은 기업들로부터 25조 원을 앞당겨 받아 부채 상환은 물론 전력망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고 숨통을 틔워보려 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이는 한전이 보낸 '처절한 SOS'였다는 평가다.
현재 반도체 패권 경쟁의 핵심은 속도다. 수백조 원을 들여 최첨단 클러스터를 건설한다고 해도, 그곳에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송전망이 구축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결국 인프라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해답이 시급하게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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