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과 생성형 AI, 예측하지 못한 두 번의 우연
송길영은 강연 초반 팬데믹과 생성형 AI를 두 번의 우연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두 사건이 최근 4~5년, 길게는 5~6년 사이에 겹쳐 일어났다고 설명하며 청중에게 과거를 함께 돌아보자고 제안했다.
첫 번째 우연은 팬데믹이었다. 그는 이것이 아득한 예전 기억처럼 느껴질 만큼 지나간 일이지만, 당시 사람들이 대면 만남을 줄이며 비대면 방식으로 일하고 배우는 일을 겪었다고 짚었다.
팬데믹과 생성형 AI라는 두 번의 우연이 일과 정체성을 흔드는 가운데, 조직에 기대지 않는 삶을 준비하는 법
송길영은 강연 초반 팬데믹과 생성형 AI를 두 번의 우연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두 사건이 최근 4~5년, 길게는 5~6년 사이에 겹쳐 일어났다고 설명하며 청중에게 과거를 함께 돌아보자고 제안했다.
첫 번째 우연은 팬데믹이었다. 그는 이것이 아득한 예전 기억처럼 느껴질 만큼 지나간 일이지만, 당시 사람들이 대면 만남을 줄이며 비대면 방식으로 일하고 배우는 일을 겪었다고 짚었다.
송길영은 청중에게 원격 교육이나 재택근무를 해 본 적이 있는지 손을 들어 보게 했다. 많은 사람이 손을 들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는 당시 사람끼리 만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만나는 방식을 바꿔 보자는 급진적인 시도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이 그때 많은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바이러스는 지나갔지만 키오스크는 남아 우리 곁을 지키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삶의 방식을 얻은 시기였다고 정리했다. 화상회의 얘기도 꺼냈다. 윗도리는 정장을 입고 아랫도리는 트레이닝복을 입어 화상회의에서만 살짝 갖춰 입은 재치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 우연은 지금 쓰고 있는 생성형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시작됐다. 그것에 기반한 새로운 지능화 툴이 나왔고, 요즘 초지능이라고 부를 만큼 매우 똑똑해지고 있다고 송길영은 말했다.
여기에 몸을 붙이면 피지컬 AI가 된다. 우리 대신 일을 해 주는 존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첫 번째 바이러스는 언젠가 올 것이었지만 그 시점은 몰랐듯, AI 시스템도 불과 2년 남짓 뒤에 등장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이 결합해 우리 일이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송길영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옆 테이블의 대화가 들리면 대부분 AI 이야기라고 했다. 10대든 70대든 전부 같은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현상이 콘텐츠에도 나타난다고 짚었다. 2025년에 비슷한 콘텐츠가 동시에 떴다는 것이다. 청중에게 영화 '어쩔수가없다'와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본 사람이 있는지 손을 들어 보게 했고, 두 작품을 합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 퇴사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라는 문장을 소개했다. 포스터도 AI로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길영은 관리를 하고 있다는 김 부장의 말을 예로 들었다. 관리를 하고 있다고 하면 그건 AI가 할 수 있다는 답이 돌아오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 부장은 회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맡았다고 주장하던 그 일을 할 수 없게 된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현업에서 자신의 일을 직접 하고 있는 사람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일이 바뀌었을 때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이 휘몰아치는 것이 최근 콘텐츠가 같은 시기에 나온 이유라는 것이다. 그는 많은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하냐고 묻는다면, 지금까지는 관리가 그 일이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일이 아니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쌓은 경력과 일의 분배를 다시 정의해야 하는데, 그럴 만큼의 시간이 있는지가 질문이 된다는 것이다.
송길영은 정체성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소설 '휴먼, 어디에 있나요'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직업을 잃은 집사 로봇이 컨설턴트 로봇을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어떤 일을 했냐는 질문에 집사였다고 답하지만, 주인이 없어진 지금은 더 이상 집사가 아니다.
이름을 묻자 찰스라고 불려 왔다고 답한다. 그 이름은 전 주인이 붙여 준 것이라 새 주인은 찰스라는 이름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결국 '언(Un)찰스', 즉 찰스가 아닌 것으로 끝난다. 송길영은 이 장면이 김 부장의 이야기와 같다고 말했다. 김 부장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그냥 김 부장님으로 불리고, 예전에는 김 과장이었던 것처럼 조직에 기반한 정체성이 조직이라는 틀과 함께 사라지면 나를 어떻게 설명할지가 새 숙제가 된다는 것이다.
송길영은 이 문제가 AI 때문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살게 되면서 조직과 함께하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이미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처럼 70세까지 산다고 보고 정년 60세 이후 남은 기간을 10년 정도로 추론했다. 그러나 요즘 리포트들은 기대수명 120세를 말하기 시작했다. 정년을 60세에 잘 마쳐도 남은 기간이 60년이다. 그는 이 질문을 선배에게 물어볼 수 없다고 했다. 우리가 처음으로 이렇게 오랫동안 살게 된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직을 벗어난 정체성과 그에 따른 준비에 대한 해결책과 다양한 시도가 주변에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송길영은 이번에 고민한 키워드가 '수고인류'였다고 밝혔다. 그는 '수고'라는 말이 받을 수(受)에 괴로울 고(苦)라는 한자 풀이를 가진다는 점이 흥미롭다고 했다. '수고하셨습니다'는 '아휴, 엄청 고생했군요'라는 뜻이다.
그는 왜 고생한 것을 감사해야 하는지, 우리는 꼭 고생해야만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서로 주고받는 노력과 노고가 소중한 가치로 쓰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는 것이 이 키워드를 고른 이유다. 최근에는 그런 노고를 쉽게 할 수 있다는 콘텐츠가 많이 나온다고 했다. 1분 안에 할 수 있고 이걸 만들면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문제는 모두가 같은 콘텐츠를 보면 수백만 개가 나오고, 그러면 누구도 그만큼의 수혜를 입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 모든 것은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은 자존의 문제인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송길영은 간장을 예로 들었다. 간장은 300년간 담가야 하고, 씨간장을 대를 이어 덧장하며 300년을 이어 온 것에 사람들은 큰 감동을 받는다. 나만의 것을 그렇게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지, 다른 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려면 내가 과감하게 하지 않을 용기를 낼 수 있는지가 우리에게 따라오는 질문이라고 말했다. 종유석은 1cm가 자라는 데 100년이 걸린다는 예도 들었다.
그는 우리가 무엇을 쌓아 왔고 앞으로 상대에게 무엇을 주장할 수 있을지 물었다. 그러면서 누군가 한 말을 전했다. 정말 좋은 건 안 판다는 것이다. 정말 좋은 고춧가루는 비닐봉지에 담아 몰래 주고, 정말 맛있는 참기름은 소주병에 들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좋은 것은 점조직처럼 서로 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야 할 일이 어쩌면 팔지 않는 것을 만드는 일일지 모른다고 질문했다. 많이 만드는 것은 싸게 만들 수 있지만 그 가치가 깊지 않고, 혼자 만들 수 있는 양도 부족하니 더 깊은 일로 가야 하지 않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길영은 많은 기업과 일해 본 경험에서 나온 사례를 들었다. 한 전자회사와 스마트 냉장고를 기획했던 일이다. 냉장고는 10년 정도가 지나야 새로 사는 제품이기 때문에, 재구매 기간을 앞당길 방법을 찾고 싶었다. 냉장고 안 음식을 카메라로 보고 떨어진 음식을 마트에 주문해 주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까만색 비닐봉지에 담긴 것이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그 반찬은 어머니가 주신 것이었다. 송길영은 이 경험에서, 정말 귀하고 비균질한 것을 내가 어떻게 만들어 낼지를 고민해야 하며, 그 역량이 오히려 더 커진다는 점을 보았다고 말했다.
송길영은 디저트를 예로 들었다. 어떤 아이스크림은 600원이고 어떤 젤라토는 7천 원이어서 12배 차이가 난다. 그는 그렇다면 내가 할 일은 어느 쪽인지 물었다. 우리에게 필요한 자원이 날이 갈수록 더 많이 필요할 만큼 커진다면, 그만큼의 가치를 나도 만들기 위해 더 좋은 것을 만들려고 시도해야 하지 않을지 질문했다.
이어 그는 사람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문한 뷔페에서는 접시를 치우는 일을 로봇이 했고 버튼을 누르면 와 주었다. 미국에서 북미 1위라는 한국인 부부 운영 레스토랑의 직원들은 우아한 서빙 동작을 위해 발레리나에게 동작을 배운다고 전했다.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기계가 하고, 정말 소중한 일은 발레리나에게 동작을 배울 만큼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차이에서 나는 어떤 일을 할지가 보인다고 그는 정리했다.
예전에 함께하던 일이 나 혼자 할 수 있는 일로 증강되기 시작했다고 송길영은 말했다. 지능화와 초연결성이 나를 돕는다면 해야 할 일은 혼자 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방향 없이 분주한 것은 수고가 아니라는 점이다. 애썼어도 그 방향이 사람을 향하지 않으면 공전하는 것이라 헛수고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헛수고인지 한번 고민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학창 시절 '깜지'를 예로 들었다. 중학교 첫날 담임이 하루 4페이지씩 아무거나 채워 오라고 했던 과제다. 청중에게 깜지를 해 본 사람이 손을 들게 하자 피해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근 중고등학생 강연에서도 아직 깜지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이번에 낸 '시대예보: 수고인류의 시간'에서 이 깜지를 한국에서 없애 보겠다고 말했다. 주체성 없이 분주한 것이라는 뜻이다.
송길영은 깜지를 쓰는 로봇이 중국에 있다는 얘기를 전하며 헛수고를 돕는 기술의 역설을 짚었다. 월요병 없는 로봇은 일요일에도 일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을 때우는 것이 아니라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기계는 균일함에서 완벽함을 취하니 이제 사람은 흐트러짐에서 아름다움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냥 흐트러진 것은 의미가 없고, 흐트러졌는데도 아름다워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만큼의 시도를 나는 어떻게 할지, 내 일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그는 살아온 세월 동안 초등학교를 나왔으면 중학교, 중학교를 나왔으면 고등학교, 고등학교를 나왔으면 대학처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 왔다고 돌아봤다.
송길영은 대학 졸업장이 자격의 출발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대졸 공채로 회사에 들어가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드시 그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느꼈지만 이제는 아닐 수 있지 않을지 고민해 볼 때라고 했다.
그는 평생직장이라는 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봤다. 조직은 오래가지 못하는데 사람은 꽤 오래 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언제든 시작할 수 있을 용기와 태도를 가져야 하고, 그것이 중년과 젊은 세대 모두에게 압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신입을 뽑지 않겠다는 조직이 늘고 있고 AI와 산업 변화 때문에 중년도 어려워지는 중이라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은 언제라도 새로운 역할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스스로 배우는 것이며, 그 방법을 찾는 다양한 시도가 목격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길영은 한 싱어송라이터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팬데믹 때 심심해서 만든 노래를 틱톡에 올렸는데 사람들이 좋아해 음원을 취입하게 됐고, 조회수 1억 8천만과 스트리밍 5억 회를 기록했다. 그는 이 가수가 10대에 커리어를 이룬 사례라고 짚으며, 이분이 대학을 가야 했을지, 20대 후반까지 준비하고 데뷔하는 것이 옳았을지 질문했다. 그렇게 했다면 10대의 몽글몽글한 감성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 81세에 앱 개발자로 데뷔한 와카미야 마사코를 들었다. 65세까지 회사원으로 일하고 65세부터 80세까지 노모를 모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80세에 앱 개발을 공부했고, 81세에 앱을 출시해 나중에 애플의 CEO를 만났다. 지금 90대인데 여전히 개발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는 15세에 데뷔할 수도 있고 80세에 개발할 수도 있으며, 50세에 학교에 갈 수도, 90대에 새로운 환경에서 삶을 시작할 수도 있다며 뭐라도 해 보라고 권했다. 각자의 때는 빠를 수도 있고 늦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나는 늦었다고 말한다. 학교에 가기엔 나이가 많지 않으냐는 것이다. 송길영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사람은 진짜로 다른 속도로 살아가고 있고, 새로운 연결성과 지능화의 시대에는 나 혼자서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딘가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말고 내 삶을 스스로 만드는 작업을 과감하게 해 보라고 권했다. 그는 앞으로 120년 동안 울트라 마라톤을 뛸 것이고, 그 마라톤은 혼자 뛴다고 비유했다. 이번 시대예보는 장기 예보이며, AI와 로봇이 오고 연결성이 커져도 우리는 살아남은 종이니 회복성을 기반으로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는 우리가 했던 슬픈 얘기와 기쁜 얘기를 모두 넣었으니 읽고 용기를 얻어 과감히 시작하라고 권했다.
송길영은 수고인류가 되기 위한 수행의 원칙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직접 한다. 누구에게 시키거나 부탁하거나 일임하지 않고 내가 한다. 둘째, 발행한다. 책상 서랍 속에 넣어 두지 말고 꺼내 놓는다. 그는 인생이 파란만장해서 소설 10권은 나올 것이라는 말을 자주 듣지만 제발 쓰라고 했다. 마음속에 있는 것을 꺼내 놓아야 사람들과 교류하며 부족한 것을 채우고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이름을 건다. 지금까지는 함께 만들었기 때문에 내 이름이 없었고, '아, 저거 내가 했는데'라고 말해도 사실은 같이 한 것이었다. 이제는 조직은 작아지고 개인은 커지고 있으니 내가 스스로 홀로 서서 세상과 만나고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내 이름 석 자를 어떻게 걸지 반드시 기억하라고 말했다.
송길영은 모든 만들어진 것에는 고객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을 직시하라고 했다. 부장님은 나의 고객이 아니다. 내 고객은 세상 사람들이다. 인류라는 대상자에게 내가 무엇을 줄지 깊게 고민하고, 지금부터 120년의 긴 시간을 묵묵히 걸어가라고 권했다.
강연의 마지막에 그는 다시 물었다. 여러분의 고객은 누구인가. 앞으로 수고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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