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일본에서 일상화된 풍경이 되다
이 변화는 삼성의 폴더블폰이 일본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면서 비롯되었다. 아이폰이 폴더블폰이라는 제품군을 제공하지 않던 사이, 갤럭시는 이 틈새 시장을 장악했다.
임금 역전부터 외국인 노동자 이탈까지, 일본의 30년 정체가 한국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이 변화는 삼성의 폴더블폰이 일본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하면서 비롯되었다. 아이폰이 폴더블폰이라는 제품군을 제공하지 않던 사이, 갤럭시는 이 틈새 시장을 장악했다.
이어령의 저작에 따르면, 일본인은 공간을 최소화하면서 기능을 모두 담으려는 축소 지향 성향을 보인다. 이 성향은 일본 문명사 곳곳에 나타난다. 3단우산이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된 것이 한 예인데, 이는 한정된 공간에 완전한 기능을 담으려는 노력의 결과다. 워크맨도 마찬가지다. 라디오와 카세트의 모든 기능을 작은 크기의 휴대 기기에 수납했다.
이 같은 문명사적 배경에서 보면 폴더블폰은 축소 지향 일본인에게 얼마나 매력적인 제품일 것인가. 아이폰은 폴더블 기능이 없어 이 심미 선호도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다.
삼성은 갤럭시를 판매할 때 'Made in Korea' 등 한국을 나타내는 표시를 제거하고 브랜드만 전면에 내세운다.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은 일본인들은 갤럭시가 한국 제품인 줄 모르고 사거나, 알면서도 심리적으로 외면한다.
다만 한류에 잘 알고 있는 젊은 세대는 갤럭시가 삼성 제품임을 충분히 인식하면서도,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식 때문에 오히려 구매 동기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한국에 대한 전반적 인식과 무관하게 갤럭시는 일본 시장을 점유해 나가고 있다.
한국 제품을 사는 건 왠지 기분 나쁜 거 같다는 심리를 그냥 피해 버린 거죠
일본의 국물 요리는 미소 장국, 맑은 장국 정도로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한국은 삼계탕, 순두부찌개, 육계장 등 국물 요리가 계속 새로 유행하며 다양성을 유지한다.
미역국만 해도 그 종류는 100가지를 넘는다. 세는 방식에 따라서는 2,000~3,000개까지도 가능하다. 한반도에서 식용으로 쓰이는 조개가 148종인 점을 고려하면, 조개 미역국의 다양성만 해도 그 종류가 거의 무한에 가까워진다.
건미역의 단백질이 변화하면서 감칠맛 성분이 생성된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에 미역을 볶으면 또 다른 감칠맛이 발생한다. 물을 붓고 끓이면서 세 번째 감칠맛이 생성된다.
조개는 여기에 숙신산을 내뿜는데, 조개 육수의 70%는 껍질에서 나온다. 이탈리아 파스타도 같은 원리로 조개 껍질을 우려낸다. 이렇게 여러 겹의 감칠맛이 차곡차곡 쌓이는 깊이는 일본 음식에 존재하지 않는다.
고구려 시대 한반도 사람들은 세계 최초로 미역을 먹은 민족으로 중국 사서에 기록되어 있다. 이는 한반도의 척박한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한 필연의 선택이었다.
겨울과 봄의 극심한 척박함 속에서 음식을 말려 저장하고, 젓갈로 담그고, 장아찌로 담그고, 김치로 담가야 했다. 이 모든 보관과 조리 과정에서 각 단계마다 감칠맛이 층층이 쌓여, 결과적으로 오늘날의 한식 문화라는 깊이 있는 음식 체계가 발달하게 된 것이다.
일본 요리는 스시, 라멘, 카츠, 규동, 우동, 카레 등 종류가 제한적이다. 이들은 로테이션하며 반복 소비되는 구조다. 반면 한식은 각자 다른 음식과 다른 국찬을 먹으면서 1년 내내 같은 것을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가능할 정도로 종류가 많다.
일본인들이 한국 국물 문화를 체험한 이후, 한식은 계속 새 상품이 나오는 동시대적(contemporary) 세계로 인식된다. 반면 일본 요리는 젊은 세대에게 느린 나라의 이미지로 느껴진다.
일본인들이 일상적으로 접하는 젓갈은 오징어 젓갈을 포함해 5가지 정도로 매우 제한된다. 이 중 가장 유명한 명란젖, 즉 멘타이코는 흥미로운 기원을 가지고 있다.
일본의 모든 명란 문화는 부산 자갈치 시장에서 명란젖을 담그는 법을 배운 한 명의 일본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자갈치 시장의 젓갈 종류는 수백 가지에 달하는데, 이 중 일본에 알려진 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향후 한국 음식 문화의 확산 여지가 그만큼 남아 있다는 뜻이다.
20~3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이 일본에 가서 설거지만 해도 월 300만원대를 벌 수 있었던 시대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 일본의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알바하는 것이 일본에서보다 수익성이 더 높다. 여기에 일본의 생활비, 특히 대중교통 비용이 한국보다 훨씬 비싼 현실이 겹치면서, 한국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일식집과 이자카야 등 일본식 음식점에서는 일본인 직원의 비율이 특히 높다. 이들이 제공하는 '일본인다운' 인테리어와 서빙이 곧 그 음식점의 경쟁력이 되는 구조다.
그들은 왜 계속 일본에 있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베트남 노동자들은 호주 또는 한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는 일본이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나라에서 외국인이 떠나가는 나라로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일본이 외국인 노동력에 의존하면서도 그들을 붙잡을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인종차별은 일본보다 훨씬 적다. 그 이유는 아버지 세대의 역사적 경험에 있다. 한국인들도 먹고살기 위해 해외로 나가 험한 일을 해야 했던 시절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였다.
이 역사적 기억과 공감이 현재 한국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상대적으로 친절한 태도로 이어진다. 일본의 섬세한 사회 규칙과 달리, 한국은 '우리도 그럴 때가 있었다'는 감정적 기반이 외국인에 대한 태도에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임금은 오르지 않지만 물가도 오르지 않는다는 계약이었다. 저임금 정체를 저물가가 상쇄해 주는 구조였다.
그런데 엔저가 장기화하면서 수입 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지만, 동시에 임금이 오르지 않으면서 이 암묵적 계약은 계약서가 찢어진 것과 같아졌다. 현재 일본은 디플레이션의 고통은 끝났지만 인플레이션의 고통만 겪는 상태에 빠져 있다.
일본 기업의 해외 수익성은 여전히 높지만, 그 부가 일반 서민 수준까지 내려가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었다. 일본인 노동자가 한국으로 이동하고, 외국인 노동자도 떠나가는 현상은 이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일본은 인력 부족으로 외국인 노동자가 오지 않는 것을 불만스러워한다. 그런데 일본 시스템 자체가 외국인을 쫓아내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체류비를 연 200~300만원대까지 인상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외국인이 일본에서 번 돈으로 자국의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을 꺼려하는 심리가 정책에 반영된 결과다. 경제적으로는 자살에 가까운 정책이지만, 심리적 만족감을 우선하는 선택이 일본 경제를 결국 망칠 것이다.
외국인들이 일본에서 너네 돈 벌어 가서 너네 가난한 나라에서 너네 식구들 떵떵거리고 살 거면 좀 더 센터를까 주겠어라고 하는 그 심리... 결과적으로 일본 경제를 망칠 거거든요
왜 일본 정부는 경제에 명백히 해로운 외국인 관련 정책을 시행할까. 현재 짜증이 많이 나 있는 일본인 유권자들의 기분을 긁어주기 위해서다. 정부의 정책이 경제 합리성보다 유권자의 심리적 만족도를 우선하는 포퓰리즘으로 변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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