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 메모리 신기술에 시장이 반도체주 전반을 의심
시장은 새로운 기술 등장이 기존 제품들을 얼마나 빠르게 대체할지, 그리고 그것이 삼성·SK하이닉스 같은 기존 선도 업체들에 얼마나 실질적인 위협이 될지 평가하려 하고 있다.
다만 평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현재로선 기술적 가능성이나 시장 영향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기술 진부화 우려가 새로운 경쟁자 출현 전부터 시장에 선반영되면서 주가를 눌렀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장은 새로운 기술 등장이 기존 제품들을 얼마나 빠르게 대체할지, 그리고 그것이 삼성·SK하이닉스 같은 기존 선도 업체들에 얼마나 실질적인 위협이 될지 평가하려 하고 있다.
다만 평가 기준은 명확하지 않다. 현재로선 기술적 가능성이나 시장 영향을 확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진부화란 기존 기술이나 제품이 예상보다 훨씬 빨리 쓸모 없게 되는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라면이나 비누처럼 천천히 진화하는 산업이나, 5~10년에 걸쳐 변하는 유틸리티 기업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기술주는 몇 개월 안에 경쟁 구도가 역전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항상 존재한다.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제품이 등장하면 기술 성능이 높아지고 동시에 원가가 내려간다. 가격이 낮아지거나 기술적으로 성능이 높아진 신제품이 시장에 나오면 기존 제품은 자연스럽게 대체된다.
이 과정이 예상보다 빨리 일어난다는 것이 진부화 우려의 핵심이다. 2차전지 산업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벌어도 2~3년 뒤에 그 이익이 반토막 날 수 있다는 인식이 시장에 퍼지면, 평가 배수(P/E)가 급격히 내려간다. 기술주는 성장 초기에 P/E 30배, 40배, 50배를 받지만, 경쟁자가 진입할 조짐만 보여도 멀티플이 빠르게 축소된다.
이는 같은 매출과 이익을 올리는 기업도 진부화 위험 여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가치로 평가된다는 뜻이다. 기술주의 저평가는 기술 자체의 한계가 아니라 진부화에 대한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이익이 엄청 벌더라도 2, 3년 뒤에는 바로 반토막 날 수 있다라고 우리가 겉으로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아침에 그 얘기했는데.
숫자가 작을수록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작은 공정인 4F가 양산에 성공하면 6F 제품은 기술적으로 뒤떨어지게 되고, 결국 시장에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빠르게 확산됐다.
새로운 경쟁자가 시장에 진입해도 초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작다. 그러나 경쟁자가 들어온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존 업체들의 밸류에이션이 급격히 내려간다. 투자자들은 먼 미래의 불확실한 시나리오를 현재의 가격에 즉시 반영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삼성, 마이크론, SK하이닉스, 샌디스크 같은 기업들은 과거 높은 밸류에이션에서 각각 7배, 5~6배, 4배 수준으로 평가가 내려간 경험이 있다. 이는 실적이 나빠진 것보다는 진부화 우려가 시간을 두고 누적된 결과다.
특히 사모사(Private equity) 매각이 마무리되는 애매한 타이밍에 경쟁 우려가 터져 나오면서 추가 자극이 발생했다.
기술적 우려가 없었어도 수급이 약한 시점에는 주가가 내려갈 가능성이 높은데, 여기에 진부화 공포가 겹치면서 낙폭이 가팔라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창신 메모리 뉴스 이후 급락한 것은 실체 있는 시장 침식이 이미 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경쟁 요인의 부상이라는 불안감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최악의 시나리오를 미리 가격에 반영하게 만들었다.
7월 31일 SK하이닉스 ADR이 3% 하락한 그 날, 빅테크 수요라는 호재는 계속 나오고 있었다. 7월 30일까지 계속된 주가 하락의 이유는 7월 말 창신 메모리 관련 뉴스 때문이었다. 지난해 2월, 올해 2월 등 4F 기술 관련 보도가 반복되면서 시장에 누적된 우려가 임계점에 도달했다.
창신 메모리가 상장되기 직전, ASML의 EUV 장비가 없어도 개선된DUV 장비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시장의 반응도 비슷했다. 창신 주가는 올랐지만 삼성과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락했다.
현재 4F 기술에 대한 시장 반응도 과거 EUV 이슈와 정확히 같은 패턴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이 보도될 때마다 한국 반도체 주가가 조건반사처럼 내려가는 것이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4F 기술을 적극 추진하지 않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다. 4F는 3D 완성형으로 가는 과정의 중간 단계일 뿐이다. 완전한 3D 구조로 점프하려면 30배의 노력이 필요한데, 4F는 그 과정의 일부만을 요구한다.
두 회사는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나 일반 디램 같은 다른 사업의 우선순위가 높다. 수요도 많고, 4F에 무리하게 집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그들의 선택이다. 이 부분이 이번 이슈의 핵심이다.
우리 HBM도 해야 되고 그거 수요도 많고 안 하는 게 아니고 덜한 거죠. 그러니까 속도를 양산하는 데는 무리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이슈인 거예요.
마이크론은 4F 기술을 아예 스킵했다. 반면 창신은 XY 공정에서 BC 공정으로 거쳐 HBM3 또는 HBM4에 4F 기술을 적용하려고 계획 중이다.
각 기업의 선택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미세공정 경쟁에 무한정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경쟁력 있는 분야로 기술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창신도 2030년쯤 3D 공정으로 본격적인 점프를 계획하고 있다.
삼성과 SK하이닉스도 미세공정 전환 시 유사한 경험을 겪었다.
만약 창신의 생산이 예상보다 안 된다면 역설적으로 한국 메모리 업체들에게는 이익이 될 수 있다. 메모리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수급이 개선되고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창신의 성공과 실패 모두가 시나리오이지, 현재 시점에서 어느 쪽이 될지 확실하지 않다.
진부화 우려가 정말 실체 있는 위협인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 TSMC는 메모리 사업과 무관하고, 실제로 대만이 메모리를 사는 상황이기도 하다.
현재 시장이 반영하고 있는 진부화 공포가 실제 사업 현실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창신이 정말 수율을 확보할 수 있을지, 시장에서 수요를 찾을 수 있을지 모두 불명확한 상태다.
반도체 산업의 실적 악화는 4분기나 내년 1분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 창신 메모리 제품이 실제로 시장에 콜되고 적용되려면 2025년 2분기 이후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주가는 통상 6~9개월 이상 앞서 간다. 이는 연말과 연초까지 창신 메모리 이슈가 시장 심리를 계속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현재 한국 반도체 주가는 이미 내년과 내후년의 실적이 30~50% 감소할 것을 반영한 수준으로 내려가 있는데, 추가로 창신 이슈가 겹치면서 과도하게 반응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반도체 산업의 사이클적 특성상 내년과 내후년에 실적이 30~50% 감소할 가능성은 창신 메모리 뉴스 여부와 관계없이 존재했다. 시장이 이미 이 우려를 상당 부분 반영한 상태에서 추가로 창신 이슈가 터져 나온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많이 내려가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사이클적 약세와 장기적 경쟁 우려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현재의 낙폭이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창신이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중국 정부가 막을 수 없다. 그러나 개발한 제품을 어디에 팔 것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창신도 결국 중국 내 판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한국 반도체 업체들도 이미 중국에 적극 판매하고 있고, 반도체 대체 시장이 미국, 유럽으로 확대되면서 판로 다변화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창신이 개발에는 성공하더라도 판로 확보라는 또 다른 장벽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창신 메모리 뉴스가 나온 후 주성엔지니어링, TSK, PSK 같은 반도체 소부장주들도 함께 주가가 내려갔다. 오후에 일부 반등했으나 초기 낙폭은 컸다.
투자자들의 논리는 이렇다. 창신이 새로운 공정에 투자하려면 당연히 장비와 부품이 필요하다. 그런데 그 공급처가 누가 될 것인가 하는 불안감이 한국 소부장주에 대한 회피 심리로 이어졌다. 기술 진부화 우려가 공급망 전체로 확산되면서 한국 투자자들이 관련 업종에서 일제히 빠져나간 것이다.
10월 도이치방크 컨퍼런스에서 브로드컴 CEO는 AI 수요 자체는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그 수요를 뒷받침할 자본 조달이 병목이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이는 기존에 제기되던 AI 인프라 구축의 자본 제약 문제를 재강조한 형태다. 무한정 증가하는 AI 수요를 모두 충족시키려면 투자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져야 한다는 현실적 한계를 인정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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