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금리 급등, 정치·경제 양쪽 파장
원본 영상 0:05지난주 월요일부터 미국 국채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면서 정치와 경제 양쪽에서 이슈가 확산됐다. 옐런 재무부 장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바이백으로 긴급 개입했다.
재무부의 긴급 바이백도 효과 미미하고, 재정건전화 방안은 미뤄지면서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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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부터 미국 국채시장에서 금리가 급등하면서 정치와 경제 양쪽에서 이슈가 확산됐다. 옐런 재무부 장관은 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바이백으로 긴급 개입했다.
재무부가 바이백 규모를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두 배 확대했지만, 그 효과는 하루 만에 사라졌다. 국채시장 규모 대비 이는 '바다에 물 한 방울'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 참가자들은 이 정도 규모로는 금리 상승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본다.
바이백을 한 것도 놀라웠는데 생각보다 그 효과가 너무 짧게 끝나서 거의 하루 만에 끝났어요.
더 심각한 것은 재무부의 정책 신호가 일관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2주 전 분기 국채 발행 계획 발표 때 재무부는 채권시장 안정을 위해 국채 발행 계획이 변함없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불과 2주 만에 갑자기 국채 발행 계획을 변경하고 바이백 확대를 발표한 것이다. 이는 시장에 혼란과 불신을 초래했다. 10년물 금리 4.7%, 30년물 5.3%라는 수준이 정부가 '페인포인트'(고통의 지점)로 명시적으로 인식한 수준이며, 연간 수백억 달러 규모의 바이백도 단기적·일시적 효과만 가능하다는 점이 시장의 우려를 높였다.
베센트 재무부 장관은 2025년 팟캐스트에서 1992년 영국 파운드 투기 전투를 언급했다. 당시 소로스 펀드와 함께 파운드를 공격했던 그는 영국 정부가 처한 상황을 '비대칭 정보(asymmetric information)' 문제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파운드를 독일 마크에 환율 고정했으나, 이를 방어하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했고, 이는 영국 경제를 악화시켰다(특히 대부분의 영국 모기지가 변동금리였다). 정부는 파운드 방어와 경제 악화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는 불균형한 상황에 처했고, 소로스는 이 약점을 간파해 공격했던 것이다.
현 단계에서 베센트 재무부 장관의 개입을 이미 실패로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있다. 10년물 금리 4.75%, 30년물 5.4%로 지정된 '페인포인트'를 아직 뚫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는 계속 오르는 중이지만,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베센트 장관이 추가 정책 수단들을 여러 개 보유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정책 간 일관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연준 파월 의장은 포워드 가이던스(미래 금리 방향 제시)를 폐지했는데, 이는 시장에 '우리 입을 보지 말고 지표를 보고 판단해라'는 신호였다. 시장이 독립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도록 하려는 의도였다. 그런데 재무부가 바이백으로 직접 개입하면, 시장은 앞으로 연준의 말이 아니라 재무부의 움직임만 주시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욱이 바이백의 규모, 빈도, 지속 기간이 명확하지 않으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증대되고 있다.
베센트 장관의 언행 변화도 주목할 대목이다. 평소에는 여유를 갖고 웃기도 하던 그가 최근 CNBC 인터뷰에서는 굉장히 조급해 보였다. CNBC와의 단독 인터뷰 후 다른 기자들까지 개별 인터뷰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인터뷰 내용도 '너희들이 모르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시장에 '까불지 마라, 공매도 하지 마라' 식의 엄포를 넣는 수준이었다.
이러한 태도 변화는 베센트 장관의 확신이 크게 감소했음을 시사한다. 1992년 영국 파운드 전투 당시 그는 자신의 전략에 대해 깊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몰려 있으면서 쫄린 상태로 보인다는 평가다. 언행의 이러한 변화는 현 정책에 대한 신뢰성 약화를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때 자기가 그런 얘기를 했을 때는 자기가 굉장한 확신이 있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지금은 자기가 굉장히 몰려 있어서 쫄려 있는 것 같아요.
정책의 정치적 의도도 명확하다. 재무부가 국채 바이백 확대 기간을 11월 4일까지로 설정했는데, 11월 3일이 정확히 중간선거 투표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투표 직전까지 금리를 안정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단순히 금리 안정을 위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중간선거 승리를 겨냥한 정치 전략의 일부다. 소고기 관세를 빼고 수입을 확대하는 조치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
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재무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이다. 베센트 장관은 다음 주 또는 그 다음 주 재정건전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고했다. 그때까지는 현 수준에서 금리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발표된 방안이 시장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금리가 확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연방준비제도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분리를 강조하려 했다. 어제도 FED 관계자들이 두 정책은 별개라는 선을 그으려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재무부의 국채 바이백이 통화정책과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면서, 양 정책 간 실질적 경계가 사라졌다. 더욱이 재무부가 개입할 때 FED의 견제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문제는 더욱 심해진다.
재정건전화 방안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도 있다. 미국 연방 예산에서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관련 항목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부분을 건드리지 않으면 실질적인 재정건전화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 두 항목은 정치적으로 가장 손대기 힘든 부분이다. 그 때문에 장기적 구상이 도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금리 상승의 속도도 관찰할 지표다.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장기국채 금리의 절대 수준도 문제지만, 금리가 올라가는 속도가 더 빠르면 증시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들이 적응할 시간도 없이 금리가 급등하면 시장에 사고가 터진다는 것이다. 과거 기준은 1표준편차를 한 달 안에 넘는 경우인데, 10년물 기준으로 평상시 한 달 상승폭은 약 30bp(베이시스 포인트)다. 이번에는 약 15bp만 올라가 기준 미달이다. 다만 10년물 금리의 절대 수준은 2007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 대비 높은 편이다.
금리가 성장률을 초과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현상이다. 이는 기업들이 현 금리 수준을 감당할 수 있다는 신호를 의미한다. 경제 성장이 부진해지면 금리도 자연스럽게 내려온다.
국채 금리 상승의 또 다른 요인으로 AI 회사채의 급증이 지목되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올라가는 와중에 회사채 발행이 늘어나면서, 국채와 회사채가 서로 금리를 밀어 올리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엔비디아처럼 자본이 풍부한 대기업들은 이러한 환경에서도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지만, 신생 AI 기업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자본 조달 능력이 약한 기업들이 높은 금리로 인한 차입 비용 증가에 견디지 못할 우려가 있다.
연방준비제도의 금융정책위원회(FOMC)도 AI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을 우려하고 있다. FOMC 위원들은 AI 기업들이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금융 불안과 물가 불안의 요인으로 지목했다. 금리 상승으로 인한 주식시장의 리스크 증가도 함께 예상하고 있다.
금리 수준을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다. 10년물 기준으로 미국은 약 50bp 인상했지만, 일본은 80bp 이상, 영국은 60bp를 인상했다. 미국이 금리 위기라고 봐도 일본과 영국은 더 큰 인상 폭에도 경제가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
중국이 단기적으로 미국을 압박할 수 있는 방법도 있다. 현재 중국이 석유 수입을 줄였기 때문에 유가가 현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석유를 대량 구매하기로 결정하면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 높은 유가는 트럼프 행정부에 정치적 고통을 초래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유가 조절을 통해 미국 경제에 단기적 타격을 주면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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