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윤리의 금기를 깨려는 움직임
Jump to 0:04장기 이식 의료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 이는 기증자가 사망한 뒤 장기를 적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에서 이 순서를 뒤집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장기 적출을 죽음의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장기를 확보하여 생명을 구제하자는 것이다.
세계 의학계에서 장기 이식을 위해 기증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방안이 논의되며 윤리적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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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이식 의료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는데, 이는 기증자가 사망한 뒤 장기를 적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세계 최고 권위의 의학 학술지에서 이 순서를 뒤집자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장기 적출을 죽음의 수단으로 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장기를 확보하여 생명을 구제하자는 것이다.
리처드 존 뉴하우스는 위험한 생각이 사회에 스며드는 3단계 과정을 설명했다. 이는 처음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을 토론의 대상으로 만들고, 점차 정당화하며, 결국 아무렇지도 않은 일상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급진적인 생명윤리 담론이 사회에 스며들어 정책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
조력자살은 의사 같은 의료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환자 스스로 생명을 끝내는 과정을 의미한다. 한때 사회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생명윤리학자들이 합법화를 주장하면서 죽음을 앞당기는 행위는 논쟁의 대상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정당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는 사회적 금기가 법제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2009년 무렵부터 전문 학술지에서는 성별 불쾌감을 겪는 아동에게 사춘기 억제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와 주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불과 10여 년 뒤 미국에서는 사춘기 억제제와 호르몬 치료 등을 미성년자의 성별 전환 의료에 활용하는 정책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었다. 이 과정에서 부모의 양육권 제한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자 기증 원칙(DDR)'은 장기 적출을 위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되며, 장기 기증은 반드시 기증자가 먼저 사망한 뒤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최근 일부 생명윤리학자들이 이 원칙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면서, 장기이식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환자들이 자신의 생명을 위협받을까 하는 불안감은 시스템 전체의 신뢰성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
원칙 폐지론자들은 살아 있는 사람이 자신의 생명에 필수적인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신장 하나를 기증하는 것처럼 본인 동의가 있다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 기증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의료행위에 위험이 따르는 것과 처음부터 기증자의 죽음을 전제로 장기를 적출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위험 감수를 넘어 죽음을 전제한 적출이라는 점에서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걸기로 한 선택까지 존중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살리기 위해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를 기증하는 것도 허용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은 기증자의 본인 동의를 근거로, 심지어 생존 불가능한 장기까지 허용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모가 수술을 받다 사망하는 것은 원래 의도했던 결과가 아니다. 하지만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장기를 떼내면 그 사람은 반드시 죽게 된다. 이는 의도치 않은 결과와 죽음을 직접적인 전제로 하는 행위 사이의 명확한 윤리적 차이를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장기를 기증해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 오히려 자신의 죽음을 선택하거나 죽음을 앞당기게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다. 단순히 기증자의 동의만으로는 윤리적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기증 의사가 죽음 선택의 동기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 또한, 일단 절차가 시작된 후에는 번복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에 게재된 논문은 안락사와 장기 적출의 새로운 결합론을 제시했다. 이는 기존처럼 환자가 안락사로 사망한 뒤 장기를 적출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를 적출하는 과정 자체가 환자의 죽음으로 이어지게 하자는 주장이다. 이러한 방식은 더 좋은 상태의 장기를 얻을 수 있다는 효율성을 강조하지만, 윤리적 논란을 야기한다.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죽음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의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일이다. 효율성만을 앞세워 생명을 희생시키는 것은 의사의 본질적인 역할과 상충될 수 있다.
2021년 켄터키주에서는 약물 과다복용으로 위중한 상태에 빠진 남성이 장기기증 절차를 밟게 된 사건이 있었다. 장기 적출 수술을 앞두고 환자가 눈을 뜨고 주변을 바라보거나 몸을 움직이는 등 반응을 보였다는 증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KODA(장기 기증 기구)가 절차를 강행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사건으로 KODA는 정부로부터 인증 취소 조치를 받았다.
장기를 얻기 위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장기이식의 명백한 대원칙이다. 기증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것은 가치 있는 의료 체계지만, 장기 확보를 위해 생명을 앗아가는 행위는 결코 허용될 수 없으며, 이 원칙은 논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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