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시간을 빌려 쓰는 '임대'로서의 노동
어예진 소장은 지금까지 노동을 '임대'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고 설명했다. 언더스탠딩이 어예진이라는 사람의 지식과 시간을 빌려 쓰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 어 소장이 채널을 떠나면 그 지식과 노동력도 함께 빠져나간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전문가의 판단과 노하우가 AI 학습 재료가 되면서, 고소득 단기 일자리와 대체 위험이 함께 커지고 있다
어예진 소장은 지금까지 노동을 '임대'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고 설명했다. 언더스탠딩이 어예진이라는 사람의 지식과 시간을 빌려 쓰는 구조라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 어 소장이 채널을 떠나면 그 지식과 노동력도 함께 빠져나간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어 소장은 AI 모델을 통해 어예진이 자신에게 시간당 30만 원씩 지급하고 몇 차례에 걸쳐 그의 지식을 학습하게 하는 상황을 가정했다. 몇 차례 학습이 끝나면 어예진의 복제본을 AI 모델로 소유할 수 있게 된다는 설명이다.
어 소장은 이런 상황에 대해 의료계 등 전문직에서 이미 불안감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문 지식 자체가 거의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진행 과정에서 출연자들에게 건당 15만 원을 받는 재택 알바 제안이 주어졌다. 한 출연자는 시간당 조건과 장소·시간의 자유를 듣고 주말에 카페에서 노트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수락했다.
장소 제약이 없고 시간도 편할 때 할 수 있다는 조건이 수락의 이유로 언급됐다.
진행자는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해 의사와 변호사가 AI의 시간당 400달러 수준 기그 이코노미에 합류한다고 소개했다. AI 모델이 더 전문적인 지식을 요구하면서 고임금 전문가들이 데이터 작업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AI가 발전하면 의사, 변호사,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지만, 최근에는 그런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액 단기 알바가 쏟아지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일은 AI가 제대로 일하는지 전문 분야에서 봐 주고, 틀린 부분을 고치며, 답을 바로 주지 않고 과정을 쓰는 방식의 양질의 문제를 내는 작업으로 소개됐다. AI가 틀린 것을 잡아내는 일은 전문가만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출연자들은 의사가 AI에 자신의 노하우를 주기 싫어도 결국 다른 누군가가 해 줄 것이라는 논리를 이야기했다. 그래서 먼저 참여하는 편이 낫다는 경쟁적 압박이 생긴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미국의 AI 데이터 노동 시장 사례로 차별이나 기본권 침해 같은 문제를 다루는 민권 전문 변호사들이 있고, 이들이 시간당 최고 400달러 수준의 AI 알바를 한다고 설명했다. 법률 질문에 답한 AI의 답을 틀렸다고 지적하고 더 설명하게 하는 코치 역할이다.
컴퓨터가 직접 처리하기 어렵거나 사람의 판단이 필요한 일을 온라인 노동자에게 맡기는 구조가 설명됐다. 사진 속 자전거에 네모 표시를 하거나, 음성 파일을 글자로 옮기거나, 문장이 긍정인지 부정인지 분류하는 작업이 예로 나왔다.
이런 작업은 가격이 몇 센트 수준이지만, 진입 장벽이 낮아 많은 사람이 쉽게 참여할 수 있었다. 아마존의 메카니컬 터크는 한 참여자가 일주일에 200달러 남짓을 벌 수 있었다고 말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아마존 메카니컬 터크는 지난달 9월 30일 문을 닫았다. 기사 제목은 이를 AI 성장의 가장 최근 희생자라고 불렀다. 단순 데이터 학습이 더 필요 없어진 배경으로는 거대 언어 모델의 등장이 언급됐다.
어 소장은 AI가 인터넷에 떠도는 무료 정보는 이미 다 습득했다고 설명했다. 이제 AI 기업이 원하는 것은 경쟁사 모델과 차별화할 수 있는 고급 맞춤형 비공개 데이터다.
그 결과 AI 기업이 사고 싶은 것은 단순 데이터 라벨링이 아니라 판단의 기준이 되는 전문가의 판단 과정과 노하우가 된다. 어 소장은 전문가의 가치가 정보를 많이 외우는 데 있지 않고 경험과 판단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그 예로 채용 담당자가 미국에서 흉부 엑스레이 사진의 미세한 석회화 현상을 짚어 줄 방사선과 의사, 복잡한 코딩 오류를 집어낼 엔지니어를 찾는 상황이 제시됐다. 고급 인력을 찾는 만큼 시급이 높다는 설명이다.
화이트칼라 전문가만 대상으로 하는 데이터 학습 알바 플랫폼이 등장했다. 메코라는 플랫폼에는 모집 중인 데이터 학습 분야와 시급, 조건이 올라와 있다.
게시된 사례로는 제너럴리스트 작업이 시급 50~60달러 수준이고, 미국 부모와 아동을 대상으로 한 스탠포드 청소년 연구는 시간당 110달러였다. 법과학이나 독성 화학 전문가 작업은 건당 65~75달러로 나왔다.
일회성 업무 중 가장 높은 보수는 건당 175달러이고 30분 정도 걸린다는 사례가 소개됐다.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종양 전문의를 대상으로 한 전립선암 치료 선택에 관한 유료 온라인 설문이었으며, 최근 1년 이내 전립선암 환자를 진료한 경험 등 지원 자격이 있었다. 이력서를 내고 AI로 간단한 면접을 보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플랫폼은 설립 3년 정도 만에 기업가치가 200억 달러, 약 27조 원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소개됐다. 어 소장은 여기서 양극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전문가 계층이 시간당 수십만 원을 버는 동안, 기존에 단순 데이터 작업을 하던 일반 데이터 노동자들의 사정은 더 팍팍해질 수 있다. AI가 단순 작업을 스스로 하게 되면서, 사람은 팩트체크나 채팅봇 답변 비교처럼 더 복잡하고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해야 하지만 일거리는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연자들은 의사나 변호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이 알바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가 소개한 방사선과 의사 인터뷰에서는 결국 환자 치료를 자기가 할 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참여한다고 답한 내용이 있었다.
진행자는 돈을 내고 해야 할 일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어 소장은 데이터를 입력해 AI를 훈련시키면 나중에 판독과 의료 현장에 몰리는 수요를 감당할 때 AI 어시스턴트가 더 똑똑해지므로 좋다고 답했다. 본인이 그 개발에 직접 참여한다는 뜻이다.
이어 대담은 노동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MIT 다니엘리 교수의 지적으로 옮겨 갔다. 지금까지 노동을 임대 개념으로 이해해 왔다면, 이제는 노동의 본질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어 소장은 참기름 세 방울 비유를 들었다. 나만 아는 비법으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던 사람이 AI에 노하우를 학습시키면, 그 비법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전문가의 가치는 더 이상 매력이 없어진다. 어 소장은 이런 불안감이 의료계 등 전문직에서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전문 지식이 거의 필요 없어지는 상황에 대한 경계다.
이어 수능 논술 시험에서 인공지능 안경을 쓰고 문제를 보는 사례가 언급됐다. 답이 바로 보였다는 설명이며, 이에 따라 시험의 개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시험을 오픈북처럼 AI 도움을 받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흐름이다.
진행자는 최태원 회장의 강연 내용을 인용해, 미국 유학을 간 공대생들이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의 인재 경쟁력이 커지는 흐름을 설명했다. 이어 인공지능이 앞으로 발전하면 그런 공대생 수천 명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어 소장은 전문 지식이 인공지능 앞에서 어디까지 의미가 있겠느냐고 물었다. 핵심은 전문가가 당장 자신의 지식으로 돈을 벌지만, 그 지식이 축적된 AI가 나중에는 전문가의 노동을 덜 필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특정 직업군의 가치를 끌어내릴까 봐 우려되는 이유다.
더 나아가 기업들이 업무 데이터를 한 사람 한 사람이 아니라 통째로 구매해 AI 학습에 쓰는 방안도 거론됐다. 의사의 진단 기록, 변호사의 판례 분석 기록, 펀드매니저의 메신저 대화 같은 업무 데이터가 기업 간 거래를 거쳐 AI 학습 도구가 되는 시대가 올 수 있다는 우려다.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소개하며 진행자는 요즘 고민이 생기면 누구에게 먼저 묻는지 물었다. 과거에는 친구, 가족, 선배, 해당 분야 전문가에게 물었고, 종교가 있는 사람들은 목사, 신부, 스님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
요즘은 고민이 생기면 AI를 바로 켜는 경우가 많다. 상황을 음성으로 녹음해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소개됐다. 어 소장은 모르는 것을 묻거나 개인적인 상담을 할 때 AI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사람에게 말하지 않아도 되고 프라이버시가 지켜지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다른 주제로 소개된 흐름은 AI가 종교를 바꾸고 있으며 반대로 종교도 AI를 바꾸려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AI가 사제나 종교 지도자의 조언을 대체할 수 있을지, 아니면 종교가 AI 상담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어 소장은 종교는 텍스트가 한정적이고 명확하기 때문에 AI가 학습해 성경 구절을 바로 찾아 답하기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요즘 신도들은 목사, 신부, 스님에게 찾아가는 대신 AI에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도 나왔다. 문제는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종교인과 AI 사이에서 다르게 나온다는 점이다.
대담은 홍해가 반으로 갈라지는 출애굽기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비판적 사고를 가진 사람이 왜 하나님이 처음부터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 잡혀가지 않게 하지 않았는지, 혹은 하나님이 모험을 좋아하는 것 아니냐고 AI에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에덴동산에서 아담이 선악과를 따 먹게 방치한 이유를 묻는 질문도 나왔다. 목사에게 물으면 하나님의 깊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기도하겠다는 답이 보통이지만, AI는 이런 질문에도 진지하게 답한다고 소개됐다.
AI는 자유 의지론, 고통을 통해 더 큰 선을 이루려는 이론, 인간이 모르는 하나님의 깊은 뜻이 있다는 이론 등 세 가지를 제시하며 답했다. 다만 그 답은 종교의 특정 서적이나 가르침에 기반을 두지 않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전달된다는 점이 특징으로 지적됐다.
출연자들은 힘든 일을 AI에 털어놓으면 절에 가서 진지하게 기도해 봐야겠다는 마음이 들다가도, AI 답변을 들으면 그렇게 가지 않게 된다는 얘기를 나눴다. AI가 너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이다. 종교계로서는 고민이 될 만한 상황이다.
진행자는 주류 AI 모델들의 답변 성향이 얼마나 세속적인지 보여 주는 그래프를 소개했다. 전통적 보수 쪽에서 세속적 가치관 쪽으로 기준선을 두고, 대다수 AI 모델이 오른쪽, 즉 세속적 쪽에 밀집해 있다는 내용이다. 중동,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같은 지역의 대중 가치관은 전통적 영역에 가깝고, 일본과 중국은 세속적 쪽에 있다고 설명됐다.
그래프에서 예외로 지목된 것은 가장 왼쪽 전통적 영역 끝자락에 위치한 그록(Grok)이었다. 대다수 실리콘밸리 AI가 세속적으로 편향된 와중에도, 개발자의 의도나 학습 데이터 구성에 따라 반대되는 보수적 가치관을 가진 AI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어 소장은 AI가 학습한 데이터 대부분이 종교의 내부 문서가 아니라 종교를 바라보는 객관적이고 조금 냉소적인 시각 자료들이라고 설명했다. AI는 배운 대로 답하기 때문에 세속적 시각으로 종교를 답하게 된다는 것이다.
진행자는 이것이 종교 지도자의 조언과 다른 점이라고 짚었다. 종교 지도자는 늘 달콤한 말만 하지는 않지만, AI는 사용자의 입맛에 맞춰 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불편하지 않은 위로에 익숙해지면, 현실의 고통이나 자기 결점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사람과 부딪히며 성장할 기회를 잃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종교계도 이에 대응해 직접 종교적 AI를 만들고 있다. 미국의 한 가톨릭 관련 스타트업은 신학 연구와 교리를 바탕으로 한 AI를 만들어, 종교 관련 문헌을 라이브러리로 묶고 상담에 쓸 수 있게 했다.
대담은 AI와 종교가 서로를 바꾸려 하는 상황을 정리하며 마무리됐다. 출연자들은 가톨릭 관련 스타트업이 신학 연구와 교리를 바탕으로 '매지스테리움'이라는 종교적 AI를 만든 사례를 소개했다. 이들은 뉴스나 문헌을 라이브러리로 묶어 종교 관련 의문이 생기면 이 AI에 물어볼 수 있게 한 점과, 이슬람권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이어 AI 시대에 종교가 대응하기 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고, 신도가 AI에 의심을 품으면 종교 기관이 그 사람을 붙잡기 어렵다는 고민도 함께 언급됐다. 변호사도 위기일 만큼 변화의 시대라는 말과 함께, 어 소장은 AI는 종교를 바꾸고 있고 종교는 AI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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